‘택시운전사’가 보여준 문화의 힘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8월 17일(목) 19:33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지난 16일 관객 900만명을 돌파하며 ‘1천만 영화’의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 신기록을 세우며 연일 최다 누적 관객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관람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서울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과 독일인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가 겪은 5·18을 다룬다.

주인공들은 ‘외부자’의 입장에서 5월 광주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와 차별성이 있다. ‘화려한 휴가’, ‘26년’ 등 이전의 영화에선 5·18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면, ‘택시운전사’는 광주와는 관련 없는 택시운전사, 기자가 주인공이다.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심에 두고, 그 위에 5·18을 얹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관객 또한 타인의 입장에서 5월 광주를 바라봐서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2시간동안 오롯이 광주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무장한 군인이 ‘서울 택시’임을 알고서도 눈감아주는 장면에서 관객은 함께 안도했고, 계엄군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통역 학생 ‘구재식’(류준열 분)을 보며 극한의 분노를 느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37년 전 그때로 돌아갔다. 잊고 지냈던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해 함께 되새겼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문화콘텐츠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오랜 시간 국가가 외면했던 ‘5월 광주’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고, 5·18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까지 분노케 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보여준 저력처럼, 광주에선 5·18을 문화로 풀어내는 자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광주시청에선 오는 21일부터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 사진전이 열린다. 1980년 당시 힌츠페터가 5월 광주를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과 영화 ‘택시운전사’에 사용된 카메라, 안경, 여권과 브리사 택시가 전시된다. 전시를 관람하며 민중이 일궈낸 ‘민주화’를 되새겨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