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재개됐지만 소비자 불신 여전 ● 계란 파동 이후 대형마트·시장 가보니 검사증명서 부착 등 ‘안전성 입증’ 홍보에 안간힘 주부들 불안 구매 망설여…평소 매출 절반도 안돼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7년 08월 17일(목) 20:11

식용에 ‘적합’한 계란이 왔어요! 살충제 계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한 재래시장에서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와 함께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살충제 검출 계란’ 파동 이후 유통이 일시 중지됐던 계란이 지난 16일 오후부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가 재개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계란들만 비치하고 있는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주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대형마트.

평소와 다르게 계란 매대 앞에는 “현재 당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하에 실시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입니다. 안전성이 입증된 계란이오니 쇼핑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쇼핑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문구와 함께 10여개 농장의 계란도 함께 비치됐다. 이를 지켜본 주부 이모(42)씨는 “안전성이 입증된 계란이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의심스럽다”며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구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계란 매대 앞에서 서성이던 한 주부는 “계란이 아이들한테도 가장 중요한 음식이어서 구입할 예정인데, 막상 사려고 하니까 망설여진다”면서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먹거리 안전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마트 관계자는 의심하는 소비자들에게 식약청 검증 리스트를 일일이 보여주고 안심을 시켜주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트 관계자의 적극적인 홍보 탓인지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주부 이모(45)씨는 “안전에 대한 입증이 됐다고 하니 믿고 살 수 있게 됐다”며 “당장 저녁 식탁에 필요한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어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곳 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검출’ 파동 이후 계란의 매출이 평소보다 절반 이하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인근 재래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계란 판매 상가 앞 유리창과 계란판 위에 A4용지로 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가 부착돼 있었다. 증명서에는 농가명, 소재지 및 연락처, 검사일자, 검사결과 ‘적합’이 명시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으며, 거래처 말고는 판매가 전무했다.

주부 한모(57)씨가 “나주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나주 농장 것이냐”며 따지자, 해당 업주가 검사 증명서와 함께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위치와 장소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 업주는 “우리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소비자에게 팔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거래처를 제외하고 하루 30판의 계란이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는데 반나절이 지나도 아직 한 판도 팔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량으로 계란을 판매하고 있는 인근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업주는 전집에 나가는 2판을 제외하곤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또 “하루 벌어먹고 사는데 이번 사태로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소비자는 불안하면 안 사먹으면 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볼멘 목소리를 높였다./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