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 고려인들 삶의 대서사시 펼쳐진다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국제학박사

2017년 08월 24일(목) 19:45

고려인과 인연을 맺은 지는 6년정도 되었다. 시의원 시절 연해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고려인들을 만났다. 안중근·홍범도·최재형·김경천·이동휘·이상설·이범륜을 비롯해 대부분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과 주변인을 더 상세하게 알게 됐다. 수천 명의 한인 고려인들이 항일 운동에 참여했었다. 일반 고려인들은 항일운동 참가자들에게 식량과 의복, 주둔지등 모든 걸 제공해 줬다. 거기서 비로소 나는 그들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이산과 고난의 삶을 살아온 것을 알게 됐다.

돌아온 뒤 나는 광주에 고려인이 몇 명이나 거주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2013년 광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거소 등록돼 있는 인원은 7백여 명이고, 실제로 살고 계신 분들은 1천여 명이 넘었다. 고려인을 어떻게 하면 광주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까 많은 궁리를 하다가 2013년 이들을 위한 시 지원조례를 발의하게 됐다. 2014년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이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고려인 삶 및 독립운동의 현장을 방문했다. 또한, 한국에서 이들의 삶이 잘 영위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를 하게 됐다. 이 연구가 ‘이스라엘과 독일의 귀환동포정책 비교 연구’이고. 이 연구로 나중에 전남대학교 대학원 디아스포라학과에서 국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고려인마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155년전 자발적으로 연해주로 이주해서 살았다. 거기서 어느 정도 터전을 잡았으나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80년 전인 1937년 러시아인들은 스탈린 정책에 의해 고려인을 일본첩자로 몰아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 해 추위와 풍토병으로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많이 죽었다.

그 고려인들이 88올림픽을 한 30여 년 전부터 대한민국에 올 수 있었다. 그들이 광주에는 오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할아버지 나라에서 살고 싶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 중앙아시아에서 살다가 방문비자로 한국에 와서 소문을 듣고 광주에 와서 대부분 막노동을 하고 있다. 또 비닐하우스에서 양파를 수거하거나 배를 싸거나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고려인은 한국에 들어온 단순한 노동인력, 또는 강제이주 당한 조상들의 후손 정도로만 막연히 알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구 소련지역에서 역사적 격변을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훌륭한 문화예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고려인마을에서는 역사관을 만들어 고려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소개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매주 넷째 주 토요일을 광주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로 정해 각종 공연, 중앙아시아 의상 체험하기, 러시아 전통 목각인형인 마뜨료쉬카 색칠하기, 고려인 문화에 대한 강연, 고려인 역사관 탐방 등 다양한 볼거리와 행사를 치르고 있다. 오는 9월2일 광주아시아 문화전당에서 학술포럼, 연극, 전시회 비롯하여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개최한다. 고려인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고려인이 재외동포로 인정된 것은 1999년 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을 때부터다. 하지만 법 시행령에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45년 정부 수립 이후)을 보유했던 자’로 제한했다. 1945년 정부수립 이전에 외국으로 나간 고려인을 1세로 간주하면, 고려인 4세는 지금 보통 20세 정도 되는데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는 외국인이다. 그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우리 동포인데, 이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했던 우리 동포인 고려인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고려인들의 눈물을 닦아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