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장들, 광주에 온 까닭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8월 30일(수) 19:07

라틴어 어원에서 ‘문화’를 찾아보면, ‘갈고 닦는다 경작한다’이다. 문화란, 자연의 반대말로 인간에 의해서 생성된 모든 것, 예술과 지식분야에서 발휘된 인간의 창조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모든 것을 생산·유통·이용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광주는 미래먹거리로 ‘문화산업’을 설정하고 노무현정부를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천명했다. 벌써 15년이 넘은 일이지만, 당시 어떻게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것인가, 수백번의 논의가 있을때, 필자는 ‘문화로 밥먹는 도시’ ‘문화예술경영’을 강조했었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지적재산물을 통해 사업을 일으키고 경영을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이 광주광역시청이나 광주문화단체, 문화기관에 스며들어 새로운 광주만의 문화산업이 일궈질 때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광주의 자랑스런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2년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지만 광주문화예술계와 문화산업, 문화예술경영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실망하는 이들이 많다. K-Pop 열풍과 드라마 수출로 한국 자체가 문화콘텐츠가 우수한 나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효과가 증가하고 있지만,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어떤 문화상품도 외국 혹은 국내에서 대박 난 사례가 없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윤장현광주시장은 광주문화 침체의 많은 원인 중 하나로 전문인재 부족을 꼽은 것 같다. 그래서 문화기획자·문화리더·문화예술감독·큐레이터 등 예술 각 분야의 대한민국 최고·고수를 광주로 유인해 새 활력을 불어넣어보자는 전략은 아주 좋아 보인다.

최근에 광주시는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에 최태지(59)전국립발레단장을 임명했다. 최씨는 잘알다시피 국내 최고의 발레무용가로 국립발레단을 12년간 지휘했고 정동극장 극장장을 역임한 실력가다.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도 유영애 전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을 위촉했다. 유영애씨(70)는 전북무형문화재2호로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었다. 광주오페라단 예술감독도 바꿨다. 정갑균(55)전 국립창극단 상임연출가를 앉혔다. 세계적인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는 정씨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3대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 대표로 김선정 선재아트센터관장을 임명해 세계적인 큐레이터를 영입한 셈이다.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광주예술계에 배치되면 광주문화예술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전에 진즉 시도했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광주에 온 굴지의 전문가들이 광주문화예술을 ‘밖의 시선’으로 진단해보고 단점은 고치되 장점을 살려 명실공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이 시대 광주사람들이 문화산업을 성공시켜, 문화산업을 미래의 비전으로 삼은 것은 숙명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감성이 반영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융복합문화산업과 4차산업의 핵심이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높을수록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실증분석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필자가 볼 때, 문화예술계 거장들이 광주로 몰려온 시점에 광주시와 광주시민이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은 ‘문화예술경영’이다. 광주의 경우, 대형 공연장의 대부분이 시립이어서 관객들은 서비스 기관이라기보다는 공기관으로 느끼고 있다. 예술경영이 극장 운영에 도입되면서 많은 기관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문화예술경영 측면에서 보면 생각할점이 많다. 즐기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고 있는 호텔이나 백화점의 서비스와 공립 공연장의 주차장이나 프런트(front)서비스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관객들은 점점 혼자 혹은 공연 동반자와 함께 그들의 경험 만들기를 원하는 경향이 늘고 있지만 관객의 요구에 앞서 예술단체나 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연예술 경영자와 마케팅 담당자는 제품 경험 마케팅의 공동제작자로 고객을 참여시킴으로써 관객 확대, 충성심과 만족도 구축, 단골관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현재 광주문화예술경영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태도, 통찰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문화상품도 상품이라면 제품, 서비스, 경험 선택에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 예술행사는 의미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만족을 주는 수많은 기회와 모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객의 연극, 교향악, 무용, 오페라 공연 경험은 막이 오르면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박수와 함께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잠재관객이 예술단체가 제공하는 작품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총체적인 경험은 시작된다. 마케팅 담당자가 관객과 예술기관의 장기적인 관계가 이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총기획을 한다면 광주시민은 광주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에 호응할 것이다.

거장들을 영입한 만큼 이번 기회에 광주문화예술계가 크게 변모하길 기대한다. 나아가 거장을 통한 시 산하 예술기관의 수준향상 못지않게 전반적인 문화산업 전략과 실행 상황도 점검해봐야 한다. 새정부 문화예술정책 방향에 맞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노무현정부때 시도된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문재인정부에서 과연 완성될 것인가.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예술계는 이와 관련된 문화산업 육성 전략을 어디까지 세우고 있는가. 윤장현 시장의 거장 영입을 시작으로 광주문화혁명이 일어나길 염원한다.

광주문화산업! 문재인정부 때 점프하지 못하면 그 길이 멀어진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