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빛’의 작가 우제길 화백 김차순 우제길미술관장

2017년 08월 31일(목) 19:05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좋아한다. 그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구도는 가히 클림트를 따라 갈 작가가 없다고 생각한다. 클림트의 ‘키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클림트가 사랑하는 연인 에밀리에를 꼭 안고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황금빛 천에 여러 가지 무늬가 가득 차 있다. 남자의 옷에는 네모난 무늬가, 여자의 옷에는 동그란 무늬가 넘실댄다. 몸은 화려한 장식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고 얼굴과 손, 그리고 발만 보인다. 하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만으로도 사랑의 환상이 느껴진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움이 넘치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클림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작가다. 20대에 황제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니 그의 명성은 젊었을 때부터 자자했다. 대개는 대중이 알아주는 인기작가가 되면 자기 개발에 게을러지기 쉽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던 대로’를 지속해 소위 ‘진보성’을 갖기가 매우 힘들다. 그러나 클림트는 달랐다. 누구보다도 많은 이로부터 열광에 가까운 찬사를 받는 스타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걸 개척해 내는 파이오니아 정신을 그는 놓치지 않고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가 환호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누구나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사랑’을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캔버스에 출렁거리게 해 감상자의 가슴에 진한 파동을 남겼다. 그것은 관람객의 가슴에 지진을 일으키게 하는 매개체였다. 비엔나의 스타작가 클림트는 영원토록 인류에게 기억되는 작가로 남지 않을까.

클림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작은 마을에서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클림트가 금을 사용해 작업을 하게 된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클림트가 살던 시대의 비엔나는 예술과 문화가 꽃피었고 거리에는 멋진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클림트의 그림이 화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비엔나의 도시 특성을 반영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우제길 화백은 빛의 화가로 통한다. 그것도 빛고을 광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 중인, 광주의 ‘빛’의 작가다. 광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빛’이 되는 도시다. 광주가 없고선 오늘날 우리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광주의 헌신적인 노고 아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내뻗으며 꽃을 피우게 됐다. 광주를 빛고을이라 하는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 더욱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 빛고을 광주에서 ‘빛’을 테마로 하는 작업을 평생 동안 해오고 있는 우화백의 행보는 분명 작가 개인적인 철학에 기반하지만 넓게 보자면 이 시대에 이 도시가 희망하고 염원하는 ‘빛’을 중심 테마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우화백은 ‘빛’을 비구상으로 조형화하면서 참으로 힘든 시간을 거쳤다. 미술시장이 좋았던 시절에도 비구상인 관계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곤 했다. 작품을 팔아야 했던 전업 작가로서 고단하기 이를 데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화백은 ‘빛’을 놓지 않고 빛을 풀어냈다. 결국 빛고을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서고 제1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되면서 그동안의 한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던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하던 대로를 고집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를 꾀하는 것도 우화백의 지향점 중 하나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도 날마다 실험과 도전을 일삼는다.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거나 표현방식을 바꿔본다거나 변화를 모색하곤 한다. 우화백은 오늘도 한지를 찢어 붙이며 ‘빛’의 새로운 변주를 도모한다. 그것만이 광주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가 해야 할 일인 것처럼. 비엔나하면 클림프, 광주하면 우제길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