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양말의 기억 시조 문제완

2017년 09월 04일(월) 19:33

나의 장인 폰암 씨,
이장(移葬)하던 시월 윤달

나무의 실뿌리가
끼어든 발가락에

한 켤레
검정 양말이
오십년을 견뎠다

낡은 흙집 아랫목에
내리꽂힌 눈빛들이

그 발은 따뜻했나
터진 실밥 더듬는다

묏등과
산허리에는
그렁그렁 가을이다


<해설> 무언의 순간이 있다. 무덤에 누인 망자를 다시 문안하는 순간, 비밀스런 일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인간과 인연을 맺는 일은 천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울컥 옆구리를 뚫고 나오는 서러움이 가을 햇살처럼 낭자하게 퍼진다.

<약력> 순천 출생,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분 최우수상(국무총리상), 2011년 시조춘추(역동문학신인상), 2012년‘시조시학’ 신인상, 2012년 제주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꽃샘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