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현 아동문학가

2017년 09월 14일(목) 19:07

“즐거움이나, 상상력.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나 소설, 동시나 동화, 수필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닐까요?”

“온몸가득 상큼한 바람을 불게하고, 향기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문학은 지치고 굳어있는 우리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생각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을 향해 가끔씩, “문학이 뭘까요?”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들이 재미있다. “문학이요?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요? 너무나 크고 광범위하잖아요.” 처음에는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냐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누군가가 대답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각기 다른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책상 걸상을 죽 뒤로 밀어놓고/ 먼지 털이로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비로 박박 마루를 쓸고/ 물로 좍좍 걸레질을 하고/ ……삐뚜로 놓인 교단을 다시 놓다가/ 나는 문득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었다/ “강응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오. 인제 집으로 가도 좋소.”/ 언제 와 계셨는지 교실 문 앞에/ 담임선생님이 서 계셨다/ 나는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다가/ “선생님, 청소 다했습니다.”/선생님도 빙그레 웃으시며/ “강응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오. 인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복도를 쓸던 동무들과/ 유리창을 닦던 동무들이/ 한꺼번에 와아 하고 웃어버렸다/ 교사실로 가시던 선생님도/ 되돌아보시며/ 다시 한 번 빙그레 웃으셨다.”

강소천 선생님의 동시 ‘청소를 마치고’를 읽은 다음, 느껴지는 마음을 색깔로 표현해보기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마음을 어떻게 색깔로 표현하지? 난감해 하다가도 누군가가 대답을 시작하면 각기 다른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깨끗이 청소된 교실은 초록이 되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분홍이 되고, 청소하느라 힘들었을 아이의 마음은 회색이 되었다 파랑이 되고, 청소를 마치고 바라본 붉은 노을빛 하늘은 빨강이 되었다. 아주 잠깐 동안에 이루어진 문학적 일탈이었지만, 돌아온 것들은 마음의 풍요와 즐거움, 웃음이었다.

“피 냄새가 좋다.”

한 여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참으로 충격적인만큼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가해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 또한 죄인임을 고백한다. 가해학생들의 잔혹한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 될 수 없지만, 청소년 폭력의 본질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먼저 살아 온 기성세대로써의 책임에 어깨가 무겁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자녀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왜곡된 건 아니었을까.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전에, 앞을 향해 무조건적 전진만을 강요한건 아니었을까. 아낌없는 사랑을 줄줄만 알았지, 사랑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건 아닐까. 부모에게 무조건 100점으로 채점되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꽁꽁 숨긴 채 제 2의 아이로 살아내며 키워진 어둠과 좌절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가르치기 보다는,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는 방법만을 가르치며 강요했던 건 아닐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세 살적에, 우리는 과연 이 땅의 아이들에게, 이 땅의 자녀들에게 어떤 씨앗을 심어주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사물의 이름 수백 개를 어린이들의 머릿속에 기억시켜주는 교사보다 한 구절의 시와 한 토막의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가슴에 감흥을 일으키는 교사가 더 많은 것을 달성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배려하며 따뜻한 아이로 성장 하게 하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