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노인에게 보낸 편지 정광훈 시

2017년 09월 18일(월) 19:16

걱정마라
세월 같은 것 그냥 두어라
지나간 겨울 다시 오지 않느냐

애태우지 마라
육신인들 그냥 두어라
이 만큼 살았으면
가슴으로 지탱 할 일이다

곱게 또 곱게
하루에도 몇 번씩
봄, 여름 가을을 그려 보라



하긴 그렇다
마음인들 몸에 매였으니
기껏 백년쯤 셀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가을걷이 키질에
씨알 없는 허망이라도
이제사 어쩌랴

이쯤이면
무던히 살았지 않느냐
무엇이 떠난들 그냥 두어라.

<해설> 청년은 꿈을 먹고 살고 노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젊은 날 꿈을 좇아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길을 노년이 돼 되돌아보면 회한이 가득하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애태웠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러나 저만치 달아난 세월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다.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짙은 그림자에 모든 것 품고 사는 게 노년이다.

<약력> 광주시 경제통상국장, 광주시 지방행정동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