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여수음악제’ 이정록 |
| 2017년 09월 19일(화)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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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여수음악제’도 마찬가지다. KBS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여수음악제가 9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다. 지역주민은 뜻밖에 수준 높은 클래식 향연을 즐겼다. 첫날 공연이 열린 예울마루 대극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오프닝 콘서트 시작을 알린 차이콥스키 슬라브 행진곡은 요즘 여수가 보여주고 있는 생동감을 연상시켰다. 이순신광장을 비롯한 시내 여러 곳에서 열린 무대로 꾸며진 스페셜 콘서트는 시민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성악가 신영옥이 등장한 마지막 날 공연도 만원(滿員)이었다.
음악제 대미(大尾)는 음악학교를 수료한 지역 청소년들이 KBS교향악단과 합주한 피날레 공연이었다. 주최 측은 음악제에 참가할 청소년을 지난 5월 모집했다. 여수·순천·광양·보성에 사는 청소년 100여명이 신청했다. 오디션을 거쳐 26명이 뽑혔다. 3개월 간 훈련을 받은 청소년들이 무대에 선 것이다. 클래식 악기 연주에 흥미를 가진 청소년들에겐 최고 선물이었다. 청소년과 그 부모 모두 시골에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을 테다. 여수음악제는 여수의 생동감을 보여준 구체적인 증거였다.
여수의 도시세(勢)와 위상을 고려하면 음악제 출발은 매우 늦었다. 여수 인구 순위(2017년 1월)는 전국 시·군(특별시·광역시 포함) 162곳 중 37위다. 전남 제1의 도시다. 재정자주도는 전국 시 평균보다 높다. 동남임해공업벨트를 구성하는 핵심 산업기지이자 전국에 알려진 해양관광도시다. 올해 18회째인 통영국제음악제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여수엔 윤이상이란 세계적인 작곡가는 없지만 해상경관은 통영보다 빼어나다. 도시 위상은 통영(인구 순위 63위)의 갑절이다. 여수는 음악제를 진즉 마련할 수도 있었다. 통영에 비하면 그렇지 않는가.
그런데 음악제가 탄생했다. KBS교향악단과 여수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주관했지만 모든 경비를 여수상공회의소가 부담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음악제 산파역이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음악제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주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왜 여수시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당연한 의문이다. 하지만 여수시가 추진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지역사회에 그런 주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행스럽게도 여수라는 지역사회엔 여수상공회의소가 있었다.
그동안 여수상공회의소 활약은 대단했다. 1940년 설립된 여수상공회의소는 광양만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수국가산단 모태(母胎)인 제2정유공장(현 GS칼텍스) 여수 유치(1966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1980년대엔 광양만권 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여수·순천·광양을 묶은 광양만권 개발과 이를 위한 개발권역 지정을 주창했다. 이를 연구보고서로 발간해 광양컨테이너부두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건설의 이론적 논리를 제공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가능케 한 최초 입지 타당성 연구보고서도 여수상공회의소 몫이었다.
음악제를 만든 여수상공회의소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많은 클래식 관련 음악제는 모두 지자체 재정지원을 받은 음악 관련 협회가 주관한다. 상공회의소가 주관·주최한 경우는 여수가 처음이다. 여수상공회의소는 음악제를 통해 지역민의 문화관련 삶의 질이 높아지고, 새로운 도시 문화와 도시 이미지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이를 위해 관(官)이 아닌 민간이 나섰다. 최근 지역정책에서 중요시하는 민간 역할을 자임한 모양새다. 지역정책적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국내외 주요 도시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거버넌스가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의제를 발굴해 지역사회에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추동하는 기관과 단체 말이다. 그런데 여수상공회의소는 지역발전을 위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와 광양만권의 복(福)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여수상공회의소는 지역주민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서 우량 거버넌스 역할을 수행하는 여수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박용하 회장의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수음악제는 앞으로 여수에 새로운 생동감을 계속 불어 넣을 것이다. 문제는 여수음악제가 통영과 견줄만한 음악제로 성장하느냐 여부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열정과 재원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여수상공회의소만의 몫이 아니다. 여수시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수라는 지역사회는 그럴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여수음악제를 태운 배가 예울마루 앞 가막만을 이제 막 출발했다. 순항 여부는 지역사회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