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제4기 창조클럽 중국 문화탐방 (상)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 ‘798예술거리’에서 문화수도 광주 갈 길을 찾다

2017년 09월 19일(화) 19:37

중국 문화답사에 나선 광주매일신문 제4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원우들이 베이징의 최대 관광지이자 세계 최대의 고궁인 자금성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개강 이후 알찬 강의를 통해 인문·경영지식을 향유해온 광주매일신문 제4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원우들이 이번엔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고 친목을 다졌다. 창조클럽 원우들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北京)을 비롯 최근 새 관광명소로 떠오른 고북수진(古北水鎭)을 찾아가는 문화탐방을 실시했다. 그렇잖아도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4기 원우들이 중국에서 체험한 문화탐방기를 2차례에 걸쳐 생생하게 전한다. /편집자註

천단공원의 기년전 앞에서 원우들이 즐거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무안에서 중국은 너무 가까웠다. 그동안 거의 매주 한차례 이상씩 얼굴을 봐 온 친근한 원우들이 해외답사인지라 더욱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앉은 지 채 2시간도 흐르지 않았는데 만남의 장소가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으로 바뀌었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를 머금은 후끈한 공기가 훅 덮쳤지만, 사업체를 경영하느라 그동안 누구보다도 바쁘게 뛰어 온 CEO들은 잠시 업무를 접어두고 이국의 문화답사에 대한 기대감에 기분이 달뜨는 분위기였다.


# 여정의 시작,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

베이징에서 첫 여정은 대부분 그러하듯이, 중국의 얼굴이라 불리는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시작했다.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 천안문 광장은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에서 손꼽힌다. 약 44만㎡에 이르는 이 광장은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기개를 상징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동시에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기에 대규모 군중이 참여하는 행사가 자주 열린다.

중국의 상징으로, 중국을 알리는 문장에 자주 등장하는 천안문은 명·청시대 궁궐의 정문이다. 황제가 살았던 궁궐 전체를 붉은색의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정문 중앙에는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천안문은 중국 현대사의 한복판에 자리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1941년 10월1일 모택동은 천안문 성루 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한 1989년 6월의 ‘천안문 사태’도 이 광장에서 일어났다. 그 후 이 광장은 중국의 민주화를 대표하는 장소가 됐다.

아침 첫 행선지인데도 광장은 이미 수많은 인파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었다. 13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내국인 관광객과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단체로 온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깃발을 놓치면 동행자를 잃어버릴 것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중국 베이징의 798구역의 공장들이 철거되지 않고 예술지구로 변신하면서 세계 최고의 예술단지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798예술거리 풍경.

대형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정문을 들어서면 중국이 자랑하는 자금성(紫禁城)과 마주한다.

명·청 시대의 황궁인데, 면적이 72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고궁이다. 궁안에는 9천999개의 방이 있다는데, 꼼꼼히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가 소요되고, 중심을 가로질러 가며 대충 훑어보는 데도 두어 시간은 걸린다.

중국인들은 이곳을 자금성이라는 이름보다 ‘고궁(故宮)으로 부르는데 더 익숙하다고 한다. ‘일반인은 금지한다’는 뜻을 가진 ‘자금성’보다는 ‘궁’이라는 뜻만 갖고 있는 ‘고궁’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명나라 세 번째 황제인 영락제가 100만명의 인부를 동원해 14년간의 대역사 끝에 완공한 이 곳 자금성은 1924년 서북지역 군벌이 북경을 점령하고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쫓아낼 때까지 명·청 시대의 황제 24명이 거주하며 대륙을 호령했다.

궁 안에 들어선 원우들은 무엇보다도 웅장한 크기에 감탄하며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걷기에도 만만찮은 거리라 중간 중간 쉬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조선의 사신들이 중국 황제를 뵈러 올 때 궁궐의 크기에 압도당했을 안타까움도 배어 나온다.

중국 베이징 답사의 필수코스인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둘러보는 여정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천단공원 산책 중 원우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지친 몸을 풀고 있다.

#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 ‘798예술거리’

798예술거리는 이번 해외문화답사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 중 하나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짓고 아시아의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시에게 이 곳은 여러 방안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예지를 준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찾아간 798예술거리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거리를 누비는 관광객들로 좁은 골목길에 활기가 넘쳤다.

‘798예술거리’라는 이름은 기존의 폐 군수공장터 중에 798구역의 공장들을 그대로 살려 전시실 등 예술공간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한다. 23만㎡의 이 예술지구에는 갤러리와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옷 가게, 공방 등 400여개가 군락을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원래 이 곳은 798공장을 비롯해 옛 소련의 지원을 받아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무기공장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빈 공장은 당연히 임대료가 쌀 수 밖에 없었다. 작업실이 필요한 가난한 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그러다 2001년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알려진 중앙미술학원이 근처로 이전해 오고 유명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급격하게 예술의 거리로 자리잡게 됐다.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싼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스튜디오나 갤러리로 변신하면서 명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말 그대로 798예술거리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이었다. 길 모퉁이 벤치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판매하는 예술가들이 눈에 띄었다.

길가의 벽에도 현란한 그라피티가 눈을 사로잡았다.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장의 내부를 비워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나눠준 점이 인상적이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진행되고 유명작가와 관람객들의 만남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골목길을 꽉 채운 다양한 미술관과 공방, 선물가게를 두리번거리느라 잠시 쉴 틈이 없다. 한 마디로 이곳 798예술거리는 예술이 어떻게 죽었던 도시를 살리는지, 또 사람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뉴욕의 소호’에 비견되는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가 된 798예술거리를 걸으면서 해외문화답사에 나선 원우들은 자연스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지어놓고 아시아문화수도라 자랑하는 광주의 현실을 떠올렸다. 분명한 것은, 798예술거리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싹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퇴락한 대상일지라도 새로운 가치와 생명을 부여해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재탄생시켰다는 사실이었다. 베이징 798예술거리가 문화수도 광주에 던져 주는 화두다.

/베이징=이경수 기획실장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