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지원 정책’ 질적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성찬 |
| 2017년 09월 20일(수) 19:50 |
|
정부는 고용절벽 문제를 극복하고자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와 함께 창업의 장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취업만이 아닌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창업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지금은 창업을 얼마나 늘리느냐 보다 어떻게 성공 시킬 것이냐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이다.
정부의 창업 지원정책에 힘입어 최근 3년 사이 청년창업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많고 창업율은 몇년 째 정체를 면치 못할 뿐만 아니라 창업 후 생존율도 감소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기업 5년 생존율(2015년 기준)은 27.3%로 창업가 10명 중 7명 이상이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세 미만의 청년창업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15.9%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창업기업 생존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창업 후 실패하는 기업이 늘어남을 뜻한다.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2014년)은 2012년에 비해 3.6%p 낮아졌다. 30세 미만의 청년창업의 경우엔 1%p 낮아졌고, 30대 창업가의 5년 후 생존율은 2.1%p나 떨어졌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창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들과 소상공인들이 생계형 창업자들이라는 것이다. 생계형 창업은 대출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해 한번 실패하게 되면 회복불능상태가 되어 재창업이나 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사업의 실패는 가족들의 삶까지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고 국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이전에 없던 청년 창업열풍이 불면서 청년창업이란 용어가 생기고 청년창업사관학교도 만들어지고 있다. 청년 창업은 주로 아이디어와 초기단계 기술만을 가지고 시작해 사업화 과정에서 경험과 네트워크, 자본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열정과 패기로 들떠있는 초기 2-3개월의 허니문 기간에 생각했던 아이템과 서비스등이 시장에서 뜻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창업 컨설팅 현장에서 보면 명확한 아이디어나 준비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정부지원금을 보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이제 막 출발하는 창업 및 벤처기업에게 주어지는 정부지원은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고 또한 창업자에게 정부지원은 우리사회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확고한 아이템과 충분한 준비기간 없는 도전은 더 큰 경제적, 정신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하기에 앞서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창업자가 일자기 늘리기의 숫자로만 전락하는 성과주의의 보여주기식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미국처럼 민간투자 중심이 아닌 정부주도형 창업은 청년창업가에게 의존성만 높이고,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해 창업 성공률이 매우 떨어진다.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쏟아지는데 내 자식에게 성공유무를 떠나 좋은 경험이라는 ‘감언이설’로 창업을 부추길 수는 없지 않은가?
창업시장의 쏠림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요즘 창업자들을 보면, 특정한 시장이나 산업이 유행한다 싶은 곳으로 너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 자신이 꼭 해결해 보고 싶은 문제에 도전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유행을 쫓아가다보니 투자 유치도 힘들고, 창업에 도전하여 지속하는 명분도 약한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창업교육과 멘토링 시스템의 확립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다.
‘한국은 창업하기는 좋은데 사업하기는 정말 힘든나라’라는 지인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치열한 경쟁구조, 기업간 제살 깎아먹기,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적시각과 재기를 지원하는 시스템에 부재가 하소연의 이유이다.
그동안 우리의 창업생태계가 큰 발전을 이루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놀라운 경제성장 만큼이나 역동적이게 발전해 왔기에 부작용도 클 것이다. 이제 창업지원 정책이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창업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 하지 않고 당당히 창업에 도전한 열정과 노력을 격려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사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창업의 질적 성장을 이루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