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인구’ 증대로 지역에 활력을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7년 09월 21일(목) 19:56

‘인구절벽’, ‘지방소멸’은 최근의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등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인구절벽은 경제 전문가인 해리 덴트가 인구 감소로 돈을 쓰거나 빌리거나 투자하는 인구가 없어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다룬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방소멸은 마스다 히로야가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 896개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을 다룬 책의 제목이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은 다가올 미래의 사회현상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이론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그에 따른 인구감소가 경제 시스템을 악순환 시키고, 나아가 공동체의 존립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저출산·고령화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한 국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년 내에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79개소에 이르고, 전남은 17개 시?군이 포함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3월 인구 190만선이 붕괴된 전남은 인구감소 위기와 인구구조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정책팀을 신설하고, 2030년까지 인구 200만명 회복을 목표로 설정해 출산, 육아, 일자리 등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시도 최근 인구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자 인구정책 부서를 신설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의 대책 모색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정부도 ‘저출산 쇼크를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고 국정과제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했다. 인구를 늘리거나 인구감소 추세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혹은 사회적 증가를 기대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경제, 사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식 등 모든 부문과 연계되어 있어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인구가 도시로 전출하는 것을 막고, 도시에 나가 있는 인구를 끌어들이는 정책 또한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우리 보다 인구 감소를 빨리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정주인구 1인당 연간 소비액(125만엔)이 외국인 관광객 8명의 소비액, 국내 숙박관광객 25명의 소비액, 국내 당일 관광객 80명의 소비액과 각각 동일하다는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관광을 통한 교류인구 증대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순천, 여수를 비롯한 여러 지역들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유명 관광지나 특정 도시 또는 특정 지역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이 지방 중소도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광역관광루트를 지정하고 마케팅, 인프라 구축 등 관련 시책을 공동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대도시 및 유명 관광지와 중소도시가 서로 협력하여 상생하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도 서울, 제주 등지에만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도시로 분산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민의 농업·농촌체험, 휴양·건강·레저, 농?특산품 구입 등의 수요에 부응한 맞춤형 도·농 교류에도 역점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인구대책은 복지정책의 측면에서만 접근해왔다. 최근 주요 자치단체들이 기획부서에 인구정책 부서를 둔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해 관련 업무의 연계 협력과 총괄 조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이제 교류인구 증대를 위한 관광, 도?농 교류 등의 정책도 인구정책과 연계해 보다 체감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