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문 닫아야 하나” 불안감 확산 최장 추석연휴 앞두고 전통시장 가보니 김영란법·물가상승·장기여행 등 겹쳐 매출 급감 살충제 파동 계란 외면…최대 성수기 대목 실종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2017년 09월 25일(월) 20:12

“경기가 안 좋다 안 좋다 하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었습니다. 긴 연휴가 원망스럽기만 하네요.”

지난 24일 일요일, 서구의 한 재래시장. 축산물 가게를 꾸리고 있는 A씨(45)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사가 잘되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인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절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상인 B씨(54)는 “다음주가 추석이라 제수용품이나 선물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하는데 예전 같지 않다”며 “올해 과일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편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곳 시장에는 추석 연휴를 기다리며 과일, 건어물, 축산물 등 각종 선물세트들이 즐비했다. 장을 보러 나온 이들은 꽤 많았지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적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올해 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했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

이번 추석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두 번째 명절인 데다 10일 간의 황금 연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농·축·수산물에 집중하고 있는 재래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살충제 여파로 제수 음식의 필수 품목인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계란 유통매매업에 종사하는 C씨(60)는 “지난 명절에 비해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시장 차원에서의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낡은 시설을 현대화하고, 주차장을 마련해 접근성을 높이고,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질 높은 상품을 내놓음에도, 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 광주시상인연합회와 소상공인시장상인진흥공단은 재래시장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20% 저렴한 가격혜택, 온누리상품권 5% 추가할인, 사용금액의 40% 소득공제 등 ‘1석3조’ 혜택을 마련했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연휴가 길수록 여행을 가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명절특수를 누릴 수 없다”며 “재래시장과 상인회 별로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