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백련지(白蓮池) 박성기 시

2017년 10월 09일(월) 18:37

저 바람 길에
마른 잎 누워있는 침묵의 그림자
어떤 의지 하나가 환생을 달구어 내는 사이
도공의 불 지피는 연지(蓮池)에 태몽을 안는다

문드러진 가사자락 펴며 접어 가는 길
마른땅 목마른 지렁이처럼
수행자는 한줄기 소낙비를 염주알로 소원을 한다

찬바람 연못의 가장자리부터 달구어내는
시우쇠 손끝에 이는 선율은
선승의 이마에 이는 빗줄기 아름다운

동자승 선한 눈망울로 피어나는 백련송이 꽃송이
무안반도 회산(廻山)에 들면
십만 송이 연잎 위에 불타의 숨소리 고이는 하늘을 본다


<해설> 연꽃은 불교의 세계를 상징하는 꽃이다. 탁한 연못에서 보석같이 영롱한 색깔의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불교의 진리도 연꽃과 같다. 우리가 혼탁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닮아 광명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연꽃축제로 유명한 무안 백련지의 그윽한 풍경을 배경으로 부처님의 향기가 은은하게 번져간다.

<약력> 아시아서석문학 등단(2011), 광주문협 이사, 광주시협 부회장, 한국풍류문학 연구소 풍류문학회장, 광주 시문학상 수상, 시집 ‘자작나무를 심어놓고’, ‘나붕이는 경전으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