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故백남기 농민 추모한다 ‘들판에 다시 서다’ 송만철 지음 문학들 1만원 1주기 추모시집 발간 촛불문화제 함성 담아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0월 15일(일) 18:33

송만철

“눈 내린 마을 골목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이여//대밭으로 사라졌구나/삶터에서 내몰린 절박한 몸부림이 죽창 밭으로 갔구나//가시덤불 뚫고 뚜벅뚜벅 백남기 님이여”(시 ‘절박’ 중)

“부춘마을 형네의 집에/눈비 맞은 삽이 잔뜩 녹이 슬어가네요/들판에 다녀오시다 낫 호미 그냥 뒀던가요/덩그러니 빗속에 떨고 있네요”(시 ‘일어나시길’ 중)



보성의 송만철 시인이 고(故)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시집 ‘들판에 다시 서다’를 최근 펴냈다.

고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농산물 국가수매제 입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와 민중총궐기대회에 보성 농민들과 참여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에서 317일을 의식불명인 채로 지냈다. 지난해 9월25일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시집 ‘들판에 다시 서다’가 나왔다.

저자는 백남기씨와 함께 보성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송만철 시인이다. 백씨가 쓰러지고 난 뒤 보성농민회에서는 백씨의 쾌유와 살인정권 규탄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보성역 앞에서 거의 매일 열었는데, 시인은 이 현장에서 간절한 열망으로 분노와 울분을 읊조렸던 시편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바라는 간절함과 주인 잃은 들판의 황량함 그리고 폭력정권에 대한 분노와 세상을 떠난 고인의 해원을 바라는 이번 시집에는 백남기 농민의 연보와 관련 사진이 함께 수록됐다.

“부끄러울 뿐이다. 죄스러울 뿐이다”라고 소회를 밝힌 시인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그 무렵 어머니를 잃고서 시집 ‘엄니’를 발간하기도 했다.

한편, 저자 송만철은 1957년 고흥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앙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여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현재 보성 작은 마을에서 소농으로 자급자족하는 농부로 살고 있다. 1996년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참나리꽃 하나가’, ‘푸른 빗줄기의 시간’, ‘엄니’ 등을 발간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