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머니께 바치는 노래…객석 ‘눈물바다’ 배우 김성녀의 ‘어머니의 노래’ 광주 공연 대성황 故 박옥진 여사 일생 담은 1인 뮤지컬 17곡 사모곡 열창·연기 관객 심금 울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0월 17일(화) 19:36

마당놀이의 여왕 김성녀씨의 ‘어머니의 노래’ 공연이 17일 오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뜨거운 호응속에 펼쳐졌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일찍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 무대가 심금을 울리네요.”

배우 김성녀의 모노뮤지컬 ‘어머니의 노래’ 공연이 17일 오후 3시부터 광주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마당놀이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한 배우 김성녀씨의 1인 뮤지컬로 선보인 이 공연은 광주 CE21(Culture Economy 21)과 광주매일신문이 주관했다.

이 공연은 지난해 광주에서의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끌며 무안 남악, 나주 혁신도시, 영광, 장성, 목포 등 무대에 연이어 올랐고, 매번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날 무대를 보기 위해 7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공연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공연의 주제는 김씨의 어머니이자 ‘한국 여성 국극의 대모’로 더욱 유명한 고(故) 박옥진 여사다. 박옥진 여사는 1950년대 한국 최초의 여성 국극단 활동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기까지 박 여사의 일생은 참으로도 파란만장했다. 유랑극단에서 활동하던 김씨의 어머니는 다른 지방 공연에서 돈을 벌어왔고, 밀린 외상값을 갚을 때까지 목포 한 여관에 ‘이노꼬리’(볼모로 저당 잡힌 사람)로 붙잡혀 살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난봉꾼’ 남편 김향은 주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날이면 날마다 박 여사의 속을 썩이는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여관에 묵었던 이름 없는 여가수가 절절한 목소리로 불렀던 노래, 그 노래가 바로 ‘목포는 항구다’입니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 이노꼬리로 붙잡혀 살았어요. 엄마 인생이 이노꼬리처럼 평생 행복을 저당 잡힐 팔자라는 것을 예감했을까요. 한 여인의 지독하게도 기구한 운명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토록 한이 맺힌 어머니의 이야기를 배우 김씨는 혼자서 무대 전체를 휘어잡는 1인 뮤지컬 형식으로 들려줬다. 실감나는 연기와 애절한 곡조도 빼놓지 않았다.

김씨는 5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다녔던 행복한 추억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말해주기도 했다.

김씨는 나지막이 본인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당시에 어머니가 좋아했던 ‘진도아리랑’, ‘목포의 눈물’, ‘번지 없는 주막’, ‘방랑시인 김삿갓’ 등 17곡의 노래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관객들은 김씨의 구성진 노래 가락을 듣고 대목 대목을 따라 부르면서 공연을 즐겼다.

또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여자의 일생을 들으며 자리에 함께한 관객들도 저마다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듯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공연이 절정에 치달을 때, 김씨는 어머니 박 여사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을 연기했다. 그 때 김씨가 ‘엄마’를 부르는 구절마다 객석에서도 참았던 눈물들이 터졌다. 그리운 엄마를 떠올리며 김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봄날은 간다’를 어머니께 바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