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 too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7년 10월 18일(수) 1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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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캠페인이 시작되자 트위터에는 미투(#Me too)를 단 성폭력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왔다. 밀라노가 트윗을 올린지 24시간만에 약 50만건 리트윗이 뒤따랐고 8만여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경험담을 폭로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와 배우 패트리사 아퀘트 등 유명인들이 동참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트위터로 시작된 캠페인은 현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확산돼 소셜네트워크(SNS)전체에 수 백만건이 공유됐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즈는 하비 웨인스타인 성추문을 처음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하비는 지난 30여년동안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30여명 이상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를 받고 있다.
유명 배우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할리우드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라 미국사회의 성폭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뿐 아니라, 웨인스타인 외 다른 할리우드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성폭력 피해 사실도 추가로 폭로돼 지속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이어 할리우드 성폭력 파문은 뉴욕 정치권까지도 번지고 있다. 웨인스타인은 페미니즘을 비롯한 진보적 활동을 독려하면서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로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권 역시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특히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뉴욕의 정치인들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폭력범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이 이런데 한국의 저명인사 성폭력실태는 어쩌겠는가.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성범죄로 징계를 가장 많이 받은 국립대는 서울대라는 조사 자료가 나왔다. ‘최근 3년간 국립대 교수 법률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는 35명인데 서울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대와 경북대가 각각 3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성범죄로 교수 중 파면이나 해임으로 교수직을 상실한 교수는 11명에 그쳤다. 전체 성범죄 교수의 31%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70%는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충북 C국립대 한 교수는 2015년 성범죄로 해임됐는데 2014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남자 제자의 몸을 더듬어 징계를 받았다. 이 교수는 2013년에 다른 남자 제자 2명을 성추행한 뒤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한 여성이 중진작가의 성추행을 고발하면서 터져나온 문단 내 성폭력 사태는 대중의 관심에서 좀 멀어졌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학교 등 현장에선 여전히 예술적 표현이란 모호한 말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성폭력근절을 위한 수많은 법이 존재한다. 1991년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 김부남씨가 9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21년이 지난 후에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을 통해 성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성폭력 후유증으로 고통받아오던 피해자가 아무도 처벌해주지 않은 가해자를 스스로 처벌하며 범죄자가 된 사건을 통해 성폭력이 얼마나 인간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인지 세상은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었다.
김부남 사건 후 26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폭행 당한 여성들이 미투(#Me too)라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이다. 끊이지 않고 끔찍한 성폭력사건이 발행하지만 아직도 ‘뭘 그런걸 가지고 처벌까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많은 여성들이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바라지만, 성폭력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큰 부담을 느껴 숨기는 것이 현실이다.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일생을 파괴하고 가족 및 주변인들의 삶까지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범죄다. 정치인, 고위공무원, 연예인 등 사회영향력 있는 이들의 성폭력이 알려지면 여론의 부담 때문에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 갑·을 관계에서 은근히 이뤄지는 성희롱·성추행은 미투(#Me too) 못하는 여성 때문에 묻히는 경우가 더 많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성폭력(Sexual Violence) 정의를 보면 사실상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남녀간 불평등문제, 가부장적 사회관습 등 발생 원인을 보면 강자에 의한 약자 폭력성이 강하다. 문제를 더욱 확대하면 결국 ‘권력’(power)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행하는 폭력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성희롱 예방 안내서는 “성희롱은 위계질서 또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우리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되어있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주변에 성폭력 당한 여성·남성이 있다면 방관하지 말자. 그가 용기 없어 미투(#Me too)하지 못하면 여럿이 모여 위투(#We too)해주자.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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