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자, 그리고 젠더 최선희 광주젠더포럼집행위원장

2017년 10월 19일(목) 20:06

어머니의 성은 여자일까? 아니다. 결코 남자와 여자란 이분법적인 구조 속의 영역에 넣을 수 없다. 아무래도 제3의 성이 따로 존재할 성 싶다. 이름하여 ‘어머니’란 성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에 필자는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다고 생각했다. 엄마로 태어나서 엄마로 살아간다고 여겼다. 그 믿음에 한치의 의심이 없었다. 엄마에게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며 리즈였던 때가 분명 있었을 터인데 막무가내로 ‘엄마’를 ‘엄마’로만 규정지어버렸다. 이게 어찌 필자만의 일이겠는가. 우리 모두가 짐짓 그렇게 엄마를 규정하고 엄마를 부려(?) 먹은 것이다. 폭력적인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떠올려도 엄마가 엄마로 존재하지 않았을 때를 상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 자식들도 나를 떠올리며 엄마로만 생각할 터이다. 이를 어찌 보아야 할까.

어머니의 이름으로 최근에 두편의 무대가 마련됐다. 10월17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했던 김성녀의 ‘어머니의 노래’와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공연했던 ‘애꾸눈 광대-어머니전상서’가 그것이다. 두 편 모두 예전에 감상했던 작품들인지라 같은 날 다른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어머니는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나. 자연스럽게 어머니는 그동안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향후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어머니와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미션을 생각해보게 된다.

두 작품 모두에서 어머니는 관객을 가슴 먹먹해지게 만들었다. 아리고 울컥해진 가슴을 부여안으며 무대를 지켜봐야 했다. 우리네 어머니는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렇게 우리들에게 모든 걸 내어주며 자식바라기로 인생을 살았던 분들이다. 그들에 의해 대한민국이 누리는 오늘의 영광이 부여되지 않았을까 감히 단언해본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역할은 참으로 컸다. 어머니는 어느 집에서나 거의 비슷하게 자녀들 뒷바라지에 손톱이 무디어지도록 일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두 편의 연극에서 잔잔하게 보여주며 가을날 관객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 아름다운 미덕이 젠더적 입장에서 보면 매우 폭력적일 수 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보자면 피땀 흘리며 가족을 건사한 이는 어머니다. 아버지는 때로는 난봉꾼이거나 경제적 무능력으로 가족들을 나몰라라하기 일쑤였다. 가정 폭력이 없는 경우엔 그나마 다행이다.

어느덧 사회는 성평등을 내용으로 하는 젠더적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성은 전근대적 관점의 굴레를 요구받거나 갇혀있는 형편이다. 이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게 광주젠더포럼이 갖고 있는 지향점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젠더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어머니는 젠더를 뛰어넘는 존재다. 제3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시몬느 보봐르가 지적한 길러진 제2의 성이 아니라 스스로 가족을 위해 선택한 주체적 입장의 제3의 성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헌신적인 행위는 정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광주젠더포럼이 5주년 기념으로 28일 오후2시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포럼을 연다. 정치분과에선 ‘여성정책 개발을 위한 3대 정당 정책안’을, 문화예술 건축체육분과에선 ‘문화수도 조성을 위한 문화콘텐츠 다양성 개발’이란 주제로 지혜와 실천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갖는다. 문화수도 조성에 어머니라는 제3의 성을 가진 여성들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