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가 주목해야 할 공론화 정준호 |
| 2017년 10월 22일(일)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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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게시판과 기사들을 찾아다니다보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공론화 과정에서의 토론 이야기다. 감성적인 반대여론을 전문적인 수치를 들어가면서 반박한 재개측 토론자들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취지이다.
토론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을 보니 이제 중대한 전환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론을 뛰어넘는 공론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여론과 공론의 차이가 무엇인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열람하고 토론과정을 거친 ‘숙의민주주의’가 공론절차가 아닌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적인 목소리의 설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는 절차가 여론조사가 아닌가.
직접민주주의. 주권자는 이제 정부와 관계자들에게 당당히 자료를 요구하고 토론을 요구할 것이다. 결정을 내가 할테니 어디 한번 입장을 개진해보라는 취지이다. 법정으로 치자면 방청석의 손님들이 판사자리로 올라가겠다는 이야기다.
가장 긴장하고 반성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단연코 의회권력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독재정권 시절에는 실질적인 입법권을 행정부에 빼앗기더니 이제 주권자들에게 ‘패싱’을 당할 가능성마저 높다. 과연 이제 ‘맛을 봐버린’ 투표권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계개편이 우리나라처럼 변화무쌍하고 다채롭기도 어렵지만 각 사안과 정책별로 결정되는 의회의 의사결정은 전혀 탄력적이지 않다. 그러니 사안에 따라 주권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주권자가 스스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겠다고 한다는데 과연 이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바야흐로 ‘대토론의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선거철에만 주권자로서의 지위가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의구심을 확인하고 참여하는 절차로서 ‘토론사회’가 열리기를 바란다. 스스로 자료를 찾아서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되 유연한 자세로 자신과 다른 입장과 조율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만큼 성숙된 사회가 과연 또 있겠는가.
그 과정의 중심에 광주가 있기를 바란다. 이미 수많은 시민단체가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광주의 현안을 가지고 누군가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정한 시민협약 하나도 아직 체결하지 못할 만큼 한계도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광주만큼 시민사회와 시의회권력 그리고 시정권력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도시도 없다.
‘광주형 의사결정 구조’가 정립되기를 감히 바란다. 도청 원형 복원 문제를 보더라도 진즉 광주형 의사결정 모델이 정립되었다면 이렇게 지난하고 피로감있는 과정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부가 제멋대로 아시아문화전당 설치장소를 정하고 정권이 바뀌니 다시 주무장관이 광주를 방문해 예고없이 복원에 관한 결론을 이야기하고 올라가는 혼란을 이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민사회는 시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안이 발생할 때 마다 끊임없는 현안별 전문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정당이 당원 배가 운동을 하는 것을 뛰어넘어 대표성과 대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민단체 구성원의 배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확장성이 없는 시민단체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민의를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지역의회는 별도 비용이 들어가는 공론화 위원회와 공론화 비용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상임위가 설치되는 것도 애시당초 같은 취지였다. 시민들에게 언제라도 상임위 별로 현안 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문위원 제도는 활성화시키되 시민에게 그 창구를 열어야 한다.
우스갯말로 ‘주인은 도망갈 곳이 없어서 주인’이라는 말이 있다. 대의제가 나름의 기능이 있더라도 중차대한 의사결정에 주권자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는 시도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광주가 선도지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