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오동나무, 현악기 탄주하다 조민희 시조

2017년 10월 23일(월) 19:25

풀빛 저리 묻어나는 5월 초순 운암산에 보랏빛 은핫물 든 목을 세운 오동나무
강 건너 신창동선사유적지* 그 유물 되작인다

소쩍새 목 놓으면 빗살 토기 눈물 괴고, 온밤을 보삭대던 다 해진 현악기통
비단실 매고 조여서 그 소리 풀어낼까

득음의 귀를 열고 음률 고른 이파리들, 한 줄금 소낙비에 탄주를 시작한다
스르렁, 스르렁 둥당 환청으로 피는 꽃

* 광주시 신창동 소재. 기원 전 1-2세기경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농경유적이 발굴된 곳. 우리나라 최초의 현악기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적 제375호.

<해설> 영산강변 신창동 선사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현악기통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거문고와 같은 몸통에 실을 걸었던 흔적이 역력한 이 현악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악기로 알려졌다. 까마득히 아득한 선사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노래를 불렀을지 자못 궁금하다.

<약력>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1회 송강정철관동별곡시조백일장 대상 수상, 시집 ‘은행잎 발라드’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