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발굴 나선다 오는 30일 첨단 탐사장비 투입, 유해 존재여부 확인 공수부대 진술 장소…고고학·법의학 등 전문가 참여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

2017년 10월 23일(월) 20:01

암매장 추정 장소 5·18기념재단이 23일 오전 서구 쌍촌동 재단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옛 광주교도소의 암매장 추정 장소에 대한 발굴 조사를 오는 30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앞 오른쪽은 3공수 한 장교가 진술한 5·18암매장 약도.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 발굴작업이 오는 30일 진행된다. 5·18기념재단은 첨단 탐사장비를 투입해 유해 존재 여부와 지질 변동 징후를 파악하고 문화재 발굴 학술조사처럼 정교하게 발굴작업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5·18기념재단은 23일 오전 재단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 승인 아래 이달 30일 옛 교도소 재소자 농장 터를 발굴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6면

발굴 대상 지역은 옛 교도소 북측 담장 밖 폭 3-5ｍ, 길이 117ｍ 구간으로 오는 30일께부터 약 20일간 작업에 들어간다. 앞서 재단은 법무부와 구체적인 발굴작업에 대한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이곳은 1980년 5월 당시 재소자들이 농장으로 일궜던 토지로 현재는 아스팔트 포장 시공과 주변에 주차장·테니스장 등이 조성됐다. 재단은 현장에 우거진 잡초와 지표면 아스팔트 등 을 제거하고 겉흙층에서 10-30㎝가량을 굴착하고 시굴트랜치(시굴조사 구덩이)를 설치한다. 이후 시쿨트랜치로 표토층의 변동 징후를 분석해 유해가 묻혀있는지를 살펴본다. 이중 표토층 분석은 암매장 발굴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석을 통해 농장 터 땅 밑에 유해가 존재하는지, 과거 삽이나 굴삭기로 몇 차례나 흙을 파내고 다시 메웠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법무부가 제안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도 발굴에 투입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보유한 GPR 장비는 지하 약 10ｍ까지 투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도소 기타 지역을 탐색할 예정이다.

발굴 현장은 고고학 분야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총괄하며, 6·25 한국전쟁 함평군 민간인학살사건 현장을 조사한 최인선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장이 발굴에 참여한다.

만약 유해가 나올 경우 광주지검이 DNA를 분석해 신원을 밝힐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검찰과 함께 신원확인에는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교수, 윤창륙 조선대 임상치의학교수 등 법의학·치의학 전문가가 참여한다. 검찰은 가칭 ‘5·18 변사체 검사 및 신원확인팀을 꾸려 참여할 예정이다.

해당 장소는 1995년 5월29일 서울지방검찰청이 작성한 ‘12·12 및 5·18 사건’ 조사자료에 1980년 5월 당시 3공수여단 소속 김모 소령이 지목한 암매장지로 기재됐다. 김 중령은 검찰에서 ‘5월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 기록에는 약도가 첨부됐는데,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용됐던 시민도 해당 장소에서 암매장 작업을 목격했다고 재단에 제보했다. 또한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항쟁 후 임시매장된 형태로 발굴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하다.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