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6)부산 F1963(옛 고려제강 수영공장) 버려진 폐공장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부산비엔날레 전시·공연·영화 상영 잇따라 국내 최대 서점·희귀식물 배양 공간 등 갖춰 부산=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0월 30일(월) 20:01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자리한 F1963이 최근 부산시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려제강은 와이어를 생산하던 옛 수영공장을 재생건축으로 탈바꿈시켰으며, 현재 전시·공연·도서·원예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F1963에서 열린 부산비엔날레 전시 전경. /F1963 제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버려진 공장이었지만 건축을 통해 새로운 옷을 입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많다. 국내에선 부산 ‘F1963’이 우수사례로 꼽힌다. 수영구 망미동에 자리한 F1963은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재생건축으로 새로 태어나다

F1963은 특수선재 글로벌 기업인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Kiswire)가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은 고려제강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로 F1963의 ‘F’는 ‘공장’(Factory)을 의미한다.

이 곳은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2008년 생산이 종료되고 설비를 이전하면서 폐공장으로 전락했다. 부산시 향토기업인 고려제강은 이 부지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2015년부터 리노베이션에 들어가 1년간 공사를 진행했다.

조병수 건축가는 3천여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재생건축’을 통해 재탄생시켰다.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를 유지한 채 공간의 사용 용도의 특성에 맞춰 구획을 나눴다.

‘네모 세 개’를 기본 콘셉트로 한 F1963 공간 입구.

옛 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닥은 자연과 어우러져 조경석과 디딤돌로 재탄생했으며,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 트러스트는 방문객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벤치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장 주변의 대나무들은 방문객들에게 따뜻함을 준다.

◇비엔날레 전시로 문화공간 발돋움

외관을 갖춘 F1963 공간의 콘셉트는 ‘네모 세 개’다. 중앙의 첫 번째 네모인 F1963스퀘어는 세미나, 파티, 음악회 등을 할 수 있는 모임의 공간이다. 두 번째 네모는 쉼의 공간으로, 커피숍, 비어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 번째 네모는 전시장, 도서관, 서점 등 문화공간이다.

기본적인 활용 용도를 지정한 이후 F1963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면서부터다. 본격적으로는 지난해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부산시민 뿐 아니라 전국적·세계적으로 이 공간이 소개됐다.

비엔날레 전시가 끝나고 F1963은 부산문화재단 주도로 클래식 콘서트, 버스킹 공연 등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는 빈 공간에서 매일 영화 상영 행사를 하며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커피숍·식물원부터 국내 최대 중고서점까지

F1963은 커피숍 ‘테라로사’가 있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강릉에서 시작해 전국에 12개의 매장이 있는 테라로사는 F1963에도 입점해 있다. 공장에서 사용하던 자재를 그대로 살린 내부 인테리어가 압권이다. 내부 곳곳 예술 관련 서적들도 많다. 커피 뿐 아니라 갓 구운 빵도 판매하고 있어 부산시민들도 많이 찾는다.

그런가 하면, 건물 뒤편에는 옛 공장의 숙직실을 리모델링한 ‘뜰과숲원예점’과 유리온실이 나온다. 꽃과 식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정원가꾸기·꽃꽂이 수업도 진행한다. 온실에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식물을 배양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지난달 인터넷서점 예스24(yes24)가 오픈한 국내 최대 중고서점도 있다. F1963 내 600여평 규모로 지어졌으며 활자 인쇄 프로세스부터 최신 기술의 전자책 등 책과 출판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예스24 F1963점은 문학, 인문, 역사, 경제 등 24개의 분야별 중고도서 약 20만권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수제막걸리 판매점 ‘복순도가’, 체코맥주집 ‘프라하 993’ 등이 자리하고 있다.

◇민·관 협치 우수 사례 각광

이처럼 다양한 문화·휴식 공간이 갖춰져 있는 F1963은 고려제강이라는 민간기업이 문화사업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또한 고려제강은 이 공장을 20년 동안 부산시에 무상 제공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20년간 무상으로 F1963의 공간 3천여평 중 700여평을 전시·공연장 용도로 사용한다. 나머지 공간은 고려제강이 도서관·서점·상업시설로 활용한다.

이에 부산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문화재단을 통해 내부 콘텐츠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시비 32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것.

민간기업에서 시작했지만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F1963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광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본받아야 할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민·관 협력…부산의 랜드마크 부상”

강재영 F1963 총괄기획자

“지난해 문을 연 F1963은 부산시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하나의 랜드마크가 됐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죠.”

강재영(47) F1963 총괄기획자는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관람객들이 “공장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F1963은 전체 공간을 구성할 당시의 콘셉트가 바로 ‘재생’입니다. 그대로 남아있는 옛 벽, 공장에서 사용했던 자재들을 활용한 테이블 등 옛 공장이 주는 향수와 공간의 변천사에 대해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더 갖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F1963은 민간에서 직접 나서서 문화사업을 시작한 것에 의미가 있다. 고려제강이라는 민간기업이 나서 공간을 꾸미고 문화사업을 시작한 후, 부산시의 정기적인 지원으로 함께 꾸려간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는 고려제강의 모범 운영사례에 대해 매우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시청·문화재단 직원들을 이곳으로 파견하는 등 F1963에 문화 콘텐츠를 채우는 데 주력하고 있죠.”

부산시와 F1963이 협력해 운영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F1963 내에선 ‘썸머나이트 무비’ 영화 상영 프로그램, 금난새 지휘자 클래식 콘서트, 코미디페스티벌, 플리마켓, 국제네트워크 행사 등이 이뤄집니다. 민·관의 협력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풍성한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죠.”

향후 더욱 발전할 F1963에 대해 간략한 계획도 설명했다.

“YES24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이 현재 들어섰으며, 부산비엔날레의 전시도 매회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또한 국·시비를 들인 공연·전시장이 리모델링을 마치면 더욱 많은 관람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산=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