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할 곳의 비극 민종택·영암소방서 구조대장

2017년 10월 31일(화) 18:58

인간 생활의 기본 줄기가 되는 의식주(衣食住) 중 주택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공간으로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해야 하고,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주거시설에 참으로 어이없게도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없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한 가족의 생명을 앗아가고 큰 재산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화재 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주택화재 발생건수는 전체 화재의 22%인 반면, 인명피해 사망자는 69%, 부상자의 40%가 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화재로 인한 피해 증가의 주요 원인은 소방시설이 전무한 단독 주택이나 연립 주택 등이 화재 안전에 대한 소방 관련법령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7년에 세대 내 기초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로 보급률이 무려 94%나 돼 주택화재 사망자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도 2006년부터 주택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정부에서도 2012년 소방법령을 개정해 올 2월4일까지 단독주택 등 일반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감지기, 소화기)을 설치토록 의무화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법령 개정과 주택화재로 인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홍보에도 소방시설 설치율은 20%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주거시설 화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화재는 예고 없이 일어난다. 화재 초기 소방차 한 대의 효과가 있는 소화기와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화재를 감지, 대피할 수 있게끔 알려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 소중한 우리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화마로부터 지킬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대해본다. /민종택·영암소방서 구조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