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님·아버님에게 더 배웁니다” 아름다운 사회 함께 만들어요 ● 광주 ‘희망야학’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
| 2017년 11월 05일(일) 19:56 |
“어머님과 아버님들에게 가르치는 것 보다 오히려 배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늦깎이 학생들을 위해 어떤 보수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배움의 장을 이어 온 대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민간교육재단 광주희망평생교육원이 지원해주는 건물(3층·전체 면적 264㎡·80평)에서 이 지역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광주 ‘희망야학’이 바로 그곳.
지난달 20일 오후 9시 광주 동구 계림동 한 골목길.
밤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한 건물에는 ‘희망야학’이라고 적혀 있다.
내부를 살펴보니 1층에는 양지반(초등 3·4학년)과 가람반(초등 1·2학년)이, 2층에는 청솔반(고졸 검정고시)·한뜻반(중졸 검정고시)이, 3층 희망반(초졸 검정고시)에서 제각기 다른 수업이 열렸다.
이처럼 학급 층별 구분이 없는 것은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의 유무에 따라 수시로 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 반에 적게는 2명, 많게는 7명의 연로한 학생들이 앳된 얼굴의 청년의 말에 집중하고 책·노트에 받아 적기 바빴다.
이 중 한글 기초반인 가람반에서는 6명의 어르신들과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한글 받아쓰기에 열중한 모습이 역력했다.
또 이날 과학 수업이 한창인 청솔반에서는 5명의 어르신들이 강한 학구열을 불태웠다. 청솔반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임영길(64)씨는 “본업인 택시기사와 본명을 부르기보다 학생으로 불리는 게 더 좋다”면서 “이곳 대학생 선생님들이 있어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돼 너무나 행복하다”고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임씨는 지난해 4월 희망야학에 입학(중졸 검정고시반) 해 1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했다.
임씨처럼 이곳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주경야독하고 있다. 이는 광주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30여명이 희망야학에 참여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대학생들은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역할뿐 아니라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가 하면, 상담·등록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지난해 군대 전역한 후 희망야학 교사가 된 대학생 A(24)씨는 “어르신들의 배움과 열정에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대학시절 중 희망야학 교사 1년간의 추억은 소중하고 감동의 그 자체”라고 귀띔했다.
또 이날부터 희망반을 담당하게 됐다는 손영주(26·전남대 수학과 2학년) 신입교사는 “어릴적 부모님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그런 할머니가 본인의 이름조차 쓸 수 없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려 이번 희망야학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세 번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어르신들의 학구열이 뛰어나 정말 놀랐다”고 언급했다.
한편, 희망야학은 1968년 화순군 이양면 오류리에서 학생 15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지난 1982년 8월 광주시 북구 유동으로 옮긴 희망야학은 수차례 전전하다 현재 동구 계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