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가 잘되면 내년이 풍요롭다 이종환 광주시의회 사무처장

2017년 11월 12일(일) 18:26

보도에 붉은 잎 구르는 모습이 비단잉어 헤엄치는 듯하다. 가을걷이 끝난 들판위로 형형색색 단풍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향연에 빠져볼 일이다. 그런가하면 11월은 갈무리하는 달이다. 입동과 소설이 자리잡고는 있지만 그리 춥지는 않다. 눈보라치기 전에 어서 일을 끝내라고 쉬고싶은 농부를 일으켜 세우는 뜻인가 보다. 거두고 저장함은 다름아닌 준비다. 갈무리가 잘되면 내년이 풍요롭다.

시의회도 매년 11월이 되면 금년을 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일을 한다. 11월 1일 이면 마지막 회기인 정례회에 들어가는데 45일간의 정례회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다룬다. 금년도 행정사무감사건과 추가경정예산안, 내년도 본예산안이다. 정례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시작된다.

현재 시의회는 교섭단체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2개 정당이 등록되어 있는데 정례회 첫날 대표연설을 통해 소속정당의 입장을 밝힌다. 시정의 어떤 부분을 중요시 보는지, 집행부에 대해 무엇을 주문하는지 각 정당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번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강조하면서 “새 정부의 광주공약이 100% 지켜질 수 있도록, 특히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완벽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양육수당예산 전액 국비화, 시민총회를 통한 광주시 시민참여예산 결정, 문화전당 정상화, 고교 무상급식 전 학년 확대, 자치구 경계조정 해결 등을 주문했다.

국민의당은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 신세계 복합시설, 민간공원 개발 등 현안사업들이 행정력 낭비와 계층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 줄 것과 고교 무상급식 전 학년 확대와 대광여고 혁신학교 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을 주문했다. 특히 “지역균형 발전과 정치혁신은 지방분권 개헌으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민이 참여하는 ‘광주형 개헌안’을 논의할 시민주도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례회 관심사의 하나는 사무감사다. 의회는 원론적으로 네 가지의 지위를 갖는다. 주민대표기관, 의결기관, 입법기관, 감시기관이 그것이고 이같은 지위를 담보하기 위해 행정감시 권한을 부여받는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권한으로 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을 명시하고 있고 이 조항은 단체장에 대한 의회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결국 사무감사는 시청과 교육청의 행정사무 전반에 대해 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행정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시정토록 함으로써 행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감사는 감사를 하는 의원이나 감사를 받는 집행부 간부나 모두가 긴장되는 일이다. 사무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에 관한 전문성, 자료분석 능력, 핵심문제를 도출하고 처리하는 역량 등이 구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한해 동안의 행정의 잘잘못이 낱낱이 공개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상호간에 사무감사의 취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별히 이번 사무감사에서는 대상기관이 늘었다. 시의회는 보조기관 일부를 감사대상에 추가했다. 이는 예산의 씀씀이를 조금 더 살피고 집행주체는 달라도 결국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일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된다.

정례회의 마지막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일이다.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의 적정여부를 가리고 따져서 확정하는 것이다. 시장과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듣고 의회는 예산안을 심의하게 되는데 예산안에 대한 심의 의결 과정을 보면 내년도 광주시는 시정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갈무리의 계절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상호 합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합리적인 견제를 하면서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계절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