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적인 변화 없이 광주 살 수 없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7년 11월 15일(수) 1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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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7개 사업장 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여 광주시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성공을 기원하는 지지 행사를 가진 것을 보고 다른 지자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의 벽을 허물고 모여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지자체·시민단체·기업·노조가 협의를 통해 노사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임금을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며 일자리를 나누고 늘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광주시가 내놓은 청사진은 연봉 4000만원대의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제조업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새로 고용될 인원들은 임금 40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되고, 기업은 기존보다 훨씬 인건비가 적게 드는 생산시설을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광주시의 이런 실험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성노조가 많을거란 외부 인식 때문에 기업유치가 어려웠던 광주에서 윤장현시장의 ‘연봉 4000만원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민주노총 등 상급 노조가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윤장현시장이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내놓은 많은 공약중에 ‘광주형일자리정책’은 ‘우리 자식들이 엄마아빠가 있는 집에서 따뜻한 밥 먹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단숨에 일자리를 크게 늘리거나 모든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답답하게 막힌 고용·노동 시장과 노사관계를 바꾸면서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일자리 혁명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지자체가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펼치면서 쏟아부은 돈에 비해 일자리가 쉽게 늘어나지 않는 것을 고심하다가 ‘광주형 일자리’를 배우려고 벤치마킹하는 이유는, 지역사회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통해 일하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지역혁신운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윤장현시장은 1998년 광주시민연대 대표로 기아차살리기 범시민운동을 펼치면서, 경제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취임하자마자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광주형 일자리 창출이었다. 처음에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제3지대에 3000만~4000만원이라는 적정한 임금수준을 가진 대규모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산업도시 슈투트가르트를 모델로 삼았는데, 벤츠공장들이 있는 이 도시는 1990년대초 주력 제조업이 쇠퇴하고 수출·투자가 감소해 실업률이 10%까지 올랐다. 최강성 금속노조도 있었다. 그러자 노사정협의회를 만들어 위기를 타개했다. 협의회가 활동하면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켰고 다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 도시가 회생했다고 한다.
이런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더불어 노동의 신성함을 통해 인권을 지켜내는 철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필자는 지난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광주의 화두가 ‘역사·민주’였다면 이제 ‘일자리’로 화두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고 정의로운 도시는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 정의로운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 다음 세대는 광주에서 풍요롭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 세대가 정치·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속에서 일자리에 대한 차별을 겪었다면 광주에 대한 폄훼와 왜곡을 바로잡고 이 도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광주가 미래에 더 잘사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5·18세대가 후대를 위해 풀어주어야 할 숙제가 ‘일자리 확대’라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광주가 잘 대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광주정신의 가치와도 맞다.
현대사회 일자리는 복잡하다. 일자리에는 ‘일’과 ‘자리’가 있다. ‘일’에 대해 현대경제학의 거두 존메이너드 케인스는 ‘노동력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새로운 노동력의 사용을 찾아내는 속도를 앞지를 것이다’고 경고했다.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일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 노동력이 줄어든 것이다. 일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더군다나 4차산업혁명시대엔 인간이 할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차지해 인간과 일자리를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발상을 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일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신산업, 투자유치로도 모자란다. 일자리의 혁명이 절실한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의 정책, 기업 전략, 지역발전 차원에서라도 성공해야 한다. 일자리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지향하는 지역사회 사회적경제기업들도 경제민주화에 모범과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각종 연계 사업 지원과 모델 발굴에 힘써 광주시의 일자리정책과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엔 노사의 노력뿐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지자체, 지역사회가 ‘일자리창출’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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