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아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팀장 “관심을 가지면 장애인도 훌륭한 동료입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
| 2017년 11월 16일(목) 19:36 |
|
주인공은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문헌정보실에 근무 중인 김성아(55·여·사서직 6급) 팀장.
김 팀장이 자폐를 앓고 있는 박상호(28)씨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전입한 지난해 1월1일이다.
박씨는 지난 2014년 광주시교육청이 중증장애인 채용을 확대하면서 교육공무직으로 채용돼 현재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 초 김 팀장은 출근길마다 걱정이 앞섰다. 박씨가 김 팀장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적응이 늦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폐의 특성상 새로 전입한 김 팀장 역시 박씨에게는 큰 변화였던 셈이다.
김 팀장은 “그 당시 먼저 더 다가갔어야 했는데 상호씨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웠다”며 “그로부터 두 달여 뒤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연찮게 사무실 캐비닛에서 상호씨가 그린 그림을 발견했다”면서 “상호씨가 그린 그림이 현재의 상황과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팠다”며 그림을 보여줬다.
이 그림에는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만이 떡 하니 땅에 널부러져 있었다. 우연찮게 이 그림을 본 김 팀장은 “상호씨가 현재 그림의 우산처럼 외롭다는 것을 느끼며 엄마 같은 마음으로 또 상호씨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됐다”며 “그림을 반년 가까이 직원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해두고 서로 소통했다”고 소회했다.
이후 직원들이 박씨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공유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문헌정보실에서 박씨의 업무는 도서 정리로 한정돼 있었지만 김 팀장은 일부러 회관 내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많은 사람과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적응도를 키우기 위해서다.
회관 내에서 박씨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김 팀장뿐이다. 그는 “상호씨의 잘못된 태도를 그냥 넘겨버리면 습관이 되기 때문에 공직사회에서 안 좋은 부분들을 고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자폐 증상이 그렇듯 근무 초반만 해도 박씨는 오전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시간을 단 1초도 빠르거나 늦지 않게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현재 박씨는 크게 달라졌다. 본인의 업무를 다 끝마쳐도 다른 동료들의 업무가 많으면 남아서 도와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김 팀장은 이러한 과정들을 박씨의 어머니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업무를 시킬 때나 칭찬할 일이 있을 때, 고쳐가야 할 사항이 있을 때 현재 상황의 전반적인 것들을 상호씨의 어머니와 상의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머니하고 직원하고 연계해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팀장은 “비장애인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상호씨가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해 도왔다”며 “이용객들 역시 선입견을 버리고 대해주면 중증장애인들도 어떤 일이건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팀장은 “상호씨가 내후년에 제가 없더라도 당당한 구성원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며 “지금 당장은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사회의 꼭 필요한 사람으로 더 웃을 수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