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연극 ‘애꾸눈 광대’ 서울 국회 공연을 보고 이효상 광주시 문화도시정책관

2017년 11월 16일(목) 19:3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사람에게는 거의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남효온의 어머니, 정여창의 어머니 최씨, 이황의 어머니 박씨 등등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어머니가 뒤에 버티고 있었다. 이처럼 어머니의 훌륭한 면모는 문학작품에서도 예외없이 다룬다.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막심 고리끼는 자신의 대표작 <어머니>에서 어머니의 위대성을 표현하고 있다. 고리끼의 <어머니>는 러시아 문학사에서도 하나의 큰 전환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겁이 많고 겁이 많고 수동적이었던 ‘어머니’가 혁명 운동을 하는 아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혁명을 이해하게 되면서, 하나의 주체 그리고 한 명의 여성 혁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밀한 내면 묘사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에서 뜨거운 열정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또한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하는지 잘 표현해내고 있다. 꼭 누구랄 것 없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겨내고 극복해낸 사례가 많다. 힘든 시절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장성해서도 그런 어머니의 끈질긴 생명력을 잊지 못하고 힘들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어 버티어내곤 했었다.

얼마 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연을 올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광주문화재단 기획공연 ‘애꾸눈 광대-어머님 전상서’도 우리 시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80년 오월을 관통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다뤘다. 당신이 직접 5월을 뚫은 것은 아니지만 자식이 5월을 거치며 거친 풍랑에 흔들리는 사람을 살았고 그로 인해 5월과 무관하지 않게 살아온 한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80년 오월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 씨의 자전적 이야기속에서 바로 그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광주의 아들 딸들이 총칼에 스러지며 역사의 수레바퀴로 끌려들어갔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 과정을 거쳐 세워졌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응어리진 아픔은 약해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선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더욱 선명해지기도 했다. 어디 당사자 뿐이랴. 그 가족들의 아픔은.

지난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벌써 5년째 상설공연으로 진행 중인 이 공연은 지난 해까진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광대 이야기를 전했었다. 올해 버전을 완전히 바꿔 어머니 이야기로 돌렸다. 80년 5월을 겪은 자식을 지켜보는 어머니가 주인공인 셈이다. 5월 광주항쟁에서 다치고 내 몰린 자식을 둔 어머니의 입장에서 오월이 표현되었다. 이날 공연엔 광주와 전남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재경호남향우회원, 그리고 관심있는 이등 모두 5백여명에 가까운 인사들이 공연을 감상했다. 객석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 찡한 어머니의 인생사 앞에서 저절로 눈물을 찍을 수 밖에 없었을 터다. 80년 광주의 5월은 여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 삶 속에 녹아들어 우리에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자 했던 어머니. 격동하는 근현대사의 파고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을 법 하건만 그 때마다 꿋꿋이 일어나 자식에게 힘이 되곤 했던 어머니다. 곧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인 게다.

오월은 광주의 존재 근간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이다. 오월의 정신을 우리가 똑똑히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다. 애꾸눈 광대의 국회공연은 바로 거기서 의의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고 잊을 수 없는 광주의 오월이 애꾸눈 광대-어머님 전상서를 통해 현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