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로 본 촛불혁명과 정치 이병훈 |
| 2017년 11월 16일(목) 1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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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양상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 우리 문화는 격동기를 맞이했고, 실천적 주체로서 대중이 부상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인터넷문화를 통한 참여의 확산이 한 축이라면, 2002년 월드컵이 만들어낸 광장문화, 그리고 노사모라는 정치적 세력의 구축이 또 하나의 축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논객들은 비판적 담론을 전개하고, 개인미디어·동영상UCC를 제작하여 전파하면서 ‘아래로부터 문화’를 주도했다. 인터넷문화현상이 부상하게 된 데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의 대중화와 SNS문화의 확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의 응원문화를 이끈 것은 ‘붉은 악마’였다. 붉은 악마는 PC통신 하이텔 축구동호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간을 접목시키면서 광장에서 축제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붉은 악마는 더 이상 국가대표 축구응원단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되었다. 노사모는 자발적 모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향점을 함께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정치인후원회와는 판이한 한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정치문화현상이 된 것이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노사모는 참여문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들이 보여준 것은 참여와 감성, 수평적 세대를 통해 공통의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참여, 그리고 제도와 권위의 해체가 접목하여 새로운 한국문화의 특징을 이룬 것이다.
촛불집회의 문화는 2002년부터이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에 의해 촉발된 촛불집회는 이라크파병 반대, 김선일 추모집회,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이런 집회문화는 특정 정치집단이나 제도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네티즌의 발의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에서는 유모차부대 엄마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세대와 젠더가 만나는 새로운 정치문화공간을 이루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전파, 공유하면서 집단기억을 공유하기도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달리 말해 열린 민주주의의 교육장이 되기도 하고, 축제문화운동으로 승화되기도 한 것이다. 주창윤이 쓴 <컬처코드>에 의하면, 광우병 촛불집회는 우리 시대의 게릴라정신을 보여준 것뿐만 아니라 진지한 놀이로서의 문화도 만들어냈다. 대중들은 촛불집회에서 놀이의 공동체문화를 만들었는데, 이들의 저항은 투쟁이 아니라 놀이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촛불집회에서 게릴라식 싸움만 있었다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거라면서...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최근 문화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제 분야에서 참여와 광장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현대사회는 폐쇄적인 문화에서 개방적인 문화로, 수직적인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에 익숙하고 관례에 얽매이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이제 두려운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익숙한 것이다. 그렇다면 적폐청산은 자연스런 문화현상이 아닌가. 적폐를 정치적 보복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키려는 구태는 청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