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수능 연기 수험생 ‘대혼란’ 일부 일찍 시험장 찾아…버린 책 ‘발굴’ 소동도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7년 11월 16일(목) 19:48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16일 예정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16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불과 수능시험 12시간을 앞두고 연기 결정이 내려지면서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한 수능시험장에서는 ‘수능 연기’ 소식을 접하지 못한 일부 수험생들이 아침 일찍 시험장을 찾는가 하면, 전날 버린 문제집 등을 도로 찾는 ‘발굴’ 소동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광주 북구 제일고교.

예년 같으면 이 시간대 교문 앞에는 수험생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로 북적거렸을텐데 ‘수험생 파이팅’이라는 수많은 플래카드만이 게첨돼 있을 뿐, ‘휑-’ 했다. 수능이 1주일 뒤로 연기된 탓에 수험생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패딩점퍼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수험생 두 명이 이곳을 찾았다. 교문으로 향하던 이들은 순간 이상하다고 판단했던지 발걸음을 멈추고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야 황당해 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재수생 김모(20)씨는 “고시텔에서 생활해 TV도 없을뿐더러 공부에 전념하느라 포털사이트 검색도 물론 하지 못했다”면서 “연기 됐는데도 아무런 통보도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고려고교. 1교시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고3 수험생들이 모교로 등교했다. 4개 줄 각 6개 자리로 배치된 고사장 의자가 아닌 책상에 털썩 주저앉은 한 고3 수험생은 전날 참고서를 모두 버려버렸고, 앞으로 1주일 더 공부할 게 막막하다는 듯 소리쳤다.

학생 중 일부는 등교 후 책가방을 교실에 내려놓자마자 다시 터덜터덜 언덕길을 내려와 학교 앞 서점 문을 두드렸다. 전날 수능을 앞두고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모두 버려버렸고, 1주일 더 공부해야 할 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 서점에는 전날 수능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100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찾아 발 디딜 틈 없었다. 서점 업주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문제집을 계속 찾을 것 같다”며 추가로 출판사에 납품을 요청할 예정이다.

수험생 김모(18)군은 “친구들과 함께 어제 문제집과 참고서를 모두 버려버려서 공부할 교재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며 “1주일 동안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보려고 아침 일찍 서점을 찾았다”고 귀띔했다./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