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9)프랑스 파리 꿀레 베르트 르네 듀몽·리옹 오렌지큐브 공중정원·친환경 건축물로 도심에 새 생명을 |
| 2017년 11월 19일(일)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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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폐산업시설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도시의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건물, 사람들의 쉼터로 작용한 공원 등 건축과 문화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을 파고든다. ‘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 시리즈 마무리를 앞두고, 프랑스 현지에서 건축으로 도심재생에 기여한 여러 사례들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의 ‘꿀레 베르트 르네 듀몽’(Coulee verte Rene Dumont·꿀레 베르트)과 리옹의 ‘오렌지큐브’(Orange Cube)다.
◇폐고가철도→초록 오솔길로
먼저 프랑스 파리의 꿀레 베르트는 우리에게 옛 이름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로 잘 알려져 있다. 파리지엥에겐 오래된 명칭인 ‘프롬나드 플랑테’ 보다 ‘꿀레 베르트’란 이름이 더 친근하다. 이는 프랑스어로 ‘초록 오솔길’이란 뜻이다.
파리 12구에 위치한 이 곳은 버려진 고가철도 위에 지어진 선형 공원이다. 영화 ‘비포 선셋’에서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가 유람선을 타러가는 길, 한참 동안 나오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유명하다.
이 공원은 4.7㎞ 길이로 1993년 완공됐다. 꿀레 베르트는 1859년부터 바스티유 역에서 뱅센을 거쳐 베르뇌유레탕을 잇는 옛 뱅센 철도 위에 지어졌다. 노선은 1969년 운행을 종료했으며 이 중 일부는 파리 중심과 외곽을 잇는 RER A선에 통합되기도 했으나, 사실상 파리와 뱅센 사이의 구간은 완전히 버려졌다.
10여년 후, 1980년대 파리시와 12구는 본격적으로 이곳의 재생사업에 들어갔다. 조경 건축가 자크 베르젤리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가 공원을 설계해 1993년 완공했다. 특히 공원의 일정 부분을 제외하곤, 지상에서 10여m 높이에 설치된 철길로 이뤄진 ‘공중공원’ 형태여서 더욱 독특하다.
또한 고가 철로 밑은 예술 상점과 아틀리에가 들어서도록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프랑스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고가 철로 밑 슬럼화에 대해 골머리를 앓았는데, 꿀레 베르트가 들어선 이후엔 이 문제를 타개했다.
지난 9월 중순 찾은 꿀레 베르트는 실제로 많은 파리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유독 ‘강아지’를 사랑하는 파리지엥답게 강아지와 함께 조깅을 하는가 하면, 벤치에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파리 시민들이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에블린 오노레(Evelyne Honore) 파리 12구 부구청장은 “꿀레 베르트를 걸으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식물들이 내뿜는 자연의 향기를 깊게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리옹 대표 랜드마크 부상
그런가 하면, 프랑스 남동부 론알프주에 위치한 도시 리옹에도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바로 ‘오렌지큐브’(Orange Cube)다. 말 그대로 오렌지색의 큐브 모양의 건물이다. 이 건축물은 론강과 손강이 만나는 지점인 리옹 콩플뤼앙스(Confluence)에 위치하고 있다.
오렌지큐브는 당초 리옹의 오래된 부두를 개량할 목적으로 추진된 대규모 도시재생개발사업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쇼핑몰, 호텔, 호화주택 등이 어우러진 명소 ‘리옹 콩플뤼앙스’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리옹 시는 공모를 통해 파리 건축 스튜디오의 제이콥과 맥팔레인을 선정했고,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을 갖춘 랜드마크를 건축하기에 이르렀다.
건축가들은 건물 외벽의 색을 항구 지역의 공업에 자주 사용되는 색상을 참고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오렌지 색’으로 정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친환경 건물’이란 점이다. 인근의 강물을 이용한 열펌프 장치로 냉·난방 시설이 가동되고, 건축물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공기 정화 시스템, 열 성능 및 시각적 편안함을 조정했다.
건축물은 경량 알루미늄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판에는 다양한 크기의 둥근 패턴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는 자연광을 유입하고 조망과 공기순환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자연광이 잘 들어오면 이를 통해 열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전망대의 역할도 한다. 넓은 옥상 테라스에선 손강과 론강, 푸르비에르 언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실제로 접한 오렌지큐브의 외관은 오렌지 빛을 띠는 구멍이 송송 뚫린 커다란 치즈 같았다. 현재 오렌지큐브의 실내 1-2층은 디자인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고, 다른 층은 건물의 주 고객인 대규모의 부동산개발 회사의 전용으로 쓰인다.
오렌지큐브는 건축·문화적으로 리옹의 재개발 프로젝트의 상징이 됐다.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리옹시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이 이 건물을 보려고 찾아오고, 건축가들은 친환경 건물인 오렌지큐브에 벤치마킹을 다녀간다.
이렇듯 오렌지큐브는 리옹시 중심가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는 콩플뤼앙스 인근을 부흥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하나의 건물을 통해 인근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도 누리게 됐다.
◇건축과 도시재생의 의미
폐선로를 공중정원으로 만든 파리의 ‘꿀레 베르트’와 오래된 항구 재개발 프로젝트 차원에서 시작한 리옹의 ‘오렌지큐브’는 엄연히 결이 다르다. 다만, 건축을 통해서 도시재생에 기여했다는 사실만큼은 궤를 같이한다.
이처럼 건축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며 자연의 쉼터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광객과 지역민에게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다양한 사례들은 사람과 건축, 문화가 하나로 버무려져 마침내 도시재생이라는 큰 업을 이뤄냈다.
그러면서 광주폴리 사업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지난 6년간 3차 사업을 통해 설치된 광주폴리 30여개가 과연 지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국내·외 우수사례들을 둘러보고 다시 한 번 광주폴리를 점검할 때다./파리 꿀레 베르트=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