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불·혼 담은 명작 ‘한자리에’ ‘도예명장초대전’ 내달 3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 구성회·권영배·김억주 등 12명 전통도자기 작품 40여점 전시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1월 21일(화) 19:15

심정섭 作 ‘백자 청화운룡문호’

과거로부터 축적돼 온 자산이 바로 전통예술이다. 전통예술은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서 존재 의의를 지니며,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고유한 가치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그 명맥을 이어나가는 장인들이 있기에 우리의 문화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

전통 도자문화 계승과 도예산업 육성·발전에 공헌한 도예 명장들을 초대해 도자문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다음달 3일까지 대극장 내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흙과 불 그리고 혼 : 도예명장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수십년간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온 도예명인들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담아내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대한민국 명장을 비롯해 경기도 이천·광주·여주, 경북 문경, 충북 단양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공예부문 명장 12인이 참여한다. 전시에선 혼과 정성을 담은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에는 구성회, 권영배, 김억주, 김옥수, 김태한, 박광천, 서동규, 심정섭, 오정택, 이연휴, 임항택, 조민호 등 12인의 명장들이 참여한다.

항산 임항택 명장은 30여년 이상 전통방식을 고집해 왔으며, 전통 진사백자의 1인자다. 1883년 관요가 폐지되면서 맥이 끊겼던 진사백자를 임 명장이 되살려냈다. 이번 전시에는 홍시와 연화, 석류, 노송 등이 그려진 백자진사 도자기를 통해 빠르게 지나가버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구리에서 색을 추출하는 ‘진사’는 명도와 채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며, 전통 가마방식으로 전통자기 특유의 질박한 느낌을 살려내고 있다.

일송 심정섭 명장은 기록으로만 전해 오던 조선백자의 원료, 유약, 가마형태, 제작방식 등 고증을 통해 100여년 만에 백자 재현에 성공해 원형을 복원하고 맥이 끊긴 조선백자를 계승하는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심 명장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에 기록돼 있는 흙과 강원도 양구토, 경상토 합천토 등을 혼합해 옛 방식 그대로 장작가마에서 환원소성 조선백자를 재현해냈다.

전시에서는 왕실의 연회에서 주로 사용됐던 ‘용준’(龍樽·용이 그려진 백자)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백자에서 용은 최고의 권력을 뜻하며, 다섯 개의 용 발톱은 황제를 뜻한다. 이런 항아리는 왕실의 권위와 위상을 상징한다.

김아연 광주문화예술회관 갤러리 큐레이터는 “우리 옛것의 아름다움, 그리고 장인의 혼으로 빚어내며 대를 이어 지켜온 명장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공연 있는 날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 공연 없는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광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gjart.gwangju.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전시 문의 062-613-8357)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