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10·完)에필로그 시민 삶 속에 스며들어 소통·참여 이끌어내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4차 폴리 기대 사람 중심 지속·발전 가능 사업 추진을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1월 26일(일) 20:06

2011년부터 시작한 ‘광주폴리’ 사업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재 3차 사업까지 진행됐으며, 더욱 지속·발전해 가고 있다. 사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뷰폴리’(광주폴리Ⅲ) 작품 모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건축물을 통한 도심재생이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건축물 하나를 설치하는 것을 넘어, 문화가 어우러져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지역민과 함께 상생하는 도심재생이 최종 목표다.

◇여론 수렴 없는 일방 행정 한계

이런 이유에서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이었던 승효상 건축가는 ‘광주폴리Ⅰ’ 사업을 시작했다. 광주 도심에 소규모 기능성 도시 공공건축물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원도심 공동화에 따른 활성화 방안으로 도시재생과 접목, 도심 내 브랜드 가치가 있는 도시거점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명 건축가·디자이너 브랜드를 활용, 광주만의 명소를 만들어 후세에 남길 수 있는 문화자산을 창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추진 과정부터 결과까지를 놓고 수년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작품 내용의 난해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지역민과의 소통이 없어서였다. 폴리 설치 장소 선정부터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민과의 소통, 참여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광주폴리Ⅲ ‘뷰폴리’ 내부모습.

대화와 소통 없는 행정의 일방통행식 사업으로 ‘광주의 정체성, 역사성, 장소성과 조화가 안 된다’, ‘유명 건축가들에게 의존한 행정의 편의주의적 사업, 사업 주체와 관리 주체의 이원화로 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 의견 듣고 발전 가도

이같은 지적을 딛고 광주폴리는 현재 3차 사업 ‘광주폴리Ⅲ’까지 진행됐다. 최근 3차 작품 제작이 완료돼 총 30여개 작품이 광주 곳곳에 설치됐다.

폴리 사업은 해가 갈수록 점차 변화를 겪고 있다. 사업 수행 과정과 작품 등을 놓고 시민공청회를 통해 지역민의 의견을 묻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광주폴리 투어, 틈새호텔 체험, 버스킹 공연, 사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광주비엔날레재단과 함께 진행되고 있어 시민에게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주의 이념과 정서를 담았던 광주폴리Ⅰ, Ⅱ 사업의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실용성과 기능성을 추가하는 데 주력했다. ‘도시의 일상성 맛과 멋’이라는 주제로 시민과 함께 공동체적 작품을 만들었다. 청년실업과 청년창업, 공·폐가 등 사회적 문제를 식당과 카페라는 테마로 풀어낸 ‘쿡폴리’, 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을 바라보고 시민의 쉼터를 제공한 ‘뷰폴리’, 초등학생·학교와 학부모·시민단체·주민이 시민의 통행권과 보행권을 지켜 낸 ‘GD폴리’, 대국민아이디어와 시민이 현상공모작을 선정한 ‘뻔뻔폴리’ 등이다.

◇광주 도시 브랜드가치 창출

이들 작품은 가족과 학교·학술단체 등의 도시재생 선진지 단골 방문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건축·문화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내년 서울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는 큐레이터팀을 비롯해 가을철을 맞아 광주·전남 인근 학교 학생들의 현장학습으로 광주폴리를 찾고 있다.

목포 문태중학교 학생들이 광주 동구 서석초 인근에 설치된 ‘GD폴리’(광주폴리Ⅲ)를 답사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각 작품마다 시민의 참여 속에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이미지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시민들 삶 속으로 문화예술이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7 대한민국 공간 문화대상’에서도 ‘광주폴리Ⅲ 사업(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6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광주폴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보다 탄력을 받아 ‘광주폴리Ⅳ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시민의 의견과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 건축·문화·예술 등 전문가 등의 평가를 통해 공론화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30일 광주폴리 국제워크숍을 개최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민과의 호흡, 성공의 열쇠

‘폴리로 접근하는 광주구도심 재생’ 시리즈에선 총 10회의 연재를 통해 광주폴리를 진단했다.

광주폴리 사업의 시작부터 현주소, 국내(서울 ‘서울로 7017’·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부산 ‘F1963’·포항 ‘워터폴리’) 건축재생 사례, 국외(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공원’ ‘꿀레 베르트 르네 듀몽’·리옹 ‘오렌지큐브’·마르세유 ‘프리쉬 라 벨 드 메’) 우수 사례 등을 돌아봤다.

국내에선 폐시설을 건축을 통해 리노베이션하고 문화를 통해 발전시키는 사례를 중점으로 돌아봤다면, 프랑스 현지에서 취재한 사례들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한다는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과 함께 어우러질 사용자들에게 중점을 뒀다. 또한 인근 지역 사람들이 새로운 건축물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지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지에 대해 끝없는 고민을 했다.

민간 주도이든 관 주도이든, 모든 사업이 지속·발전 가능하기 위해선 결국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 사용자에게 쓸모가 없는 사업은 언젠가 끝을 맺기 마련이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광주폴리 사업, 2018년 새롭게 시작될 광주폴리Ⅳ에 또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광주 구도심 재생의 해법을 ‘폴리’에서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