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나무, 소신공양(燒身供養) 이복렬 시조

2017년 12월 04일(월) 19:16

꽃 하나 이운 자리 마침표를 찍고 싶다
수런대는 아침 숲속 희뿌연 안개 너머
실팍한 우듬지 위로 땡볕 고루 여민다

더위도 꼬리 내린 하늘 성큼 높아지고
움킨 햇살 물이 들어 열기로 가득하다
버리고 비울 줄 아는 나무들이 뜨겁다

가지마다 휘청하게 받아 든 노을의 집
새들이 날아들어 이슥토록 노닥이고
이 가을 온 숲이 타는 소신공양 하염없다

<해설> 나무는 4계절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봄에는 파릇한 새순과 함께 화사한 꽃을 피운다.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결실을 맺는다. 겨울채비를 위해 잎마다 노을이 물든 나무는 소신공양하는 스님의 모습처럼 장엄하다.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는 윤회의 대자연의 이치가 나무에는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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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6년 ‘문예시대’ 신인문학상 시, 2012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시조, 2012년 해남 시조백일장 대상, 2016년 국세가족 문예전 시조 부문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