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자벌레 강경호 시

2017년 12월 04일(월) 19:16

자벌레는 측량하지 않는다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는다
묵묵히 길을 간다

오체투지를 하다가
남들 안 보는 나무 그늘에서도
허투르게 그냥 걸어가지 않는다

부처를 향해가지 않으며
천국을 꿈꾸지 않는다
연약한 몸엔 사리 같은 건 없다
헐벗은 지구의 옷
초록색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 한다

<해설> 자벌레는 자(尺)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초록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모습이 선하기 그지없다. 그는 오체투지하는 수도승처럼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간다. 그리고 헐벗은 대지를 한 땀 한 땀 바느질 한다. 이처럼 여린 생명이 없으면 자연은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약력> ‘현대시학’으로 등단(1997),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 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최두석 시 연구’, 시 전문지 ‘시와 사람’ 발행인, (사)에코미래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