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교육물결 이정선 광주교대 제6대 총장·교육학 박사

2017년 12월 11일(월) 19:01

‘제4의 교육물결’은 제3의 물결처럼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3의 물결을 주창했던 앨빈 토플로 이후 최고의 미래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저서에 입각하여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그에 따른 교육내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내가 한번 구상해 보고자 한 것이다.

당연히 시대가 변하면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상이 변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정책이나 방향 그리고 교육내용이 달라질 것은 틀림없다. 다니엘 핑크의 주장처럼 농경시대의 농부, 산업화 시대의 공장근로자, 정보화 시대의 지식근로자, 그리고 하이컨셉·하이터치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능력이 뛰어난 우뇌형 인재가 부상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시대가 농부의 사회에서 공장근로자의 사회로, 지식근로자의 사회로, 그리고 이제는 창작자와 타인에게서 감정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교육의 물결로 은유해서 표현한다면, 결국 농경시대의 농부를 교육하던 것을 ‘제1의 교육물결’로, 산업화 시대의 공장근로자의 교육을 ‘제2의 교육물결’로, 정보화 시대의 지식근로자의 교육을 ‘제3의 교육물결’로, 그리고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의 우뇌형 사고를 가진 사람의 창의 공감교육을 ‘제4의 교육물결’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농경사회의 농부에게 필요로 했던 근면 성실한 삶의 가치나 농작물을 경작하는데 필요로 했던 기술을 중심으로 했던 교육내용이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적 전문성을 대량 교육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하이컨셉·하이테크의 재능을 창의 융합적으로 교육하는 제4의 교육물결 시대의 교육내용도 제3의 교육물결인 정보화 시대의 지식과 정보를 단시간 내에 분석해 활용하는 지식전문가 교육과도 크게 다를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말하는 제4의 교육물결시대의 하나인 하이컨셉 재능은 트랜드와 기회를 포착하고, 예술적·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의 융합적으로 창조해 내며,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여기서 핵심은 창의성이다. 또한 하이터치 재능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할 때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하며,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추구해 내는 능력이다.

이러한 하이컨셉·하이터치의 재능을 갖기 위해서는 좌뇌 보다는 우뇌의 개발이 더 중요하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좌뇌는 논리·연산·언어·분석 능력을, 우뇌는 종합·감정표현·맥락 그리고 큰 그림을 담당한다고 한다. 좌뇌는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반면, 우뇌는 동시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좌뇌는 본문 해석에 강한 반면, 우뇌는 맥락에 강하다. 좌뇌는 자세히 분석하고 우뇌는 큰 그림을 그린다. 결국 뇌의 좌측이 가진 순차·언어·기능·분석적 특징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정보화 시대의 지식 근로자들에게 필요로 했던 반면, 동시·은유·심미·맥락·종합적 우뇌 주도적인 사고는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에 적합한 특징이라는 뜻이다.

다니엘 핑크는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의 우뇌형 사고를 가진 사람의 조건으로 창의성과 공감능력에 걸쳐 각각 3가지씩의 조건을 제시한다. 창의적인 사람이란 단순 기능보다는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것을 디자인할 줄 아는 능력, 단순한 팩트나 주장 그리고 논리적이고 분석적 능력에 더해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조화, 즉 분석보다는 종합하는 능력·이종간의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정서적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며, 유희할 줄 알고, 의미를 찾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제4의 교육물결 시대의 교육내용이 제3의 교육물결 시대의 지식근로자를 위한 교육내용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좌뇌 중심의 사고에서 어떻게 우뇌 중심의 사고로 전환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른 교육의 철학·가치·방향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뇌 주도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주도를 할 것이고 이러한 산업혁명은 하이컨셉·하이터치의 재능을 가진 창의적이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제4의 교육물결의 시대와 맥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제4의 교육물결이 한 동안 교육을 주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