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악몽 되풀이되나…방역당국 ‘노심초사’ ‘국내 최대 닭·오리 산지’ 전남 AI 비상 2016년 11월-2017년 1월 H5N6형 20건 확진 N8형보다 폐사율 높아 31만여마리 살처분 피해 나주·영암 특별관리지역 지정…차단방역 안간힘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7년 12월 11일(월) 20:04

이재영 전남지사 권한대행이 11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현장인 영암군 신북면 이동통제초소와 영암군 도포면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방역실태를 점검했다./전남도 제공

전남도와 방역당국은 ‘겨울철 불청객’ AI가 국내로 유입되면 나주와 영암을 먼저 주시한다. 국내 최대 닭·오리 산지이기 때문이다. 이 일대 방역망이 뚫리면 전국 확산은 불보듯 뻔해 방역당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민간 방역단까지 동원해 겹겹이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H5N6형 유행 2016년 판박이(?)

지난달 말 순천만 철새도래지의 철새 분변에서 나온 고병원성 AI와 이번 영암 종오리농장에서 발생한 AI는 모두 H5N6형이다. 초기 발견시 강력한 폐사 형태를 보이는 N6형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종 고병원성으로 판명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바이러스는 N8형보다 폐사율이 높고 전파속도도 빨라 방역당국에게 두려운 존재다.

현재 전남지역 고병원성 AI 흐름을 보면 지난해 겨울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남은 지난해 11월16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H5N6형 고병원성 AI가 총 20건이 확진되면서 가금류 농가가 초토화됐다.

닭·오리 최대 주산지인 나주가 9곳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영암 2곳, 무안 3곳, 해남 2곳, 장성 1곳, 구례 1곳, 진도 1곳 등이 AI로 몸살을 앓았다. 이 기간 동안 31만8천382마리를 살처분해 막대한 피해를 기록했다.

◇‘오리벨트’ 나주까지 전파 우려

영암은 나주와 함께 전국 60-70%에 가까운 닭·오리를 생산하는 주산지다. 영암에서 발생하면 ‘오리벨트’를 형성하는 나주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나주와 영암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병원성 AI 확진에 우위를 다투면서 홍역을 앓았다.

최대 주산지인 만큼 막대한 피해는 관련 산업의 존폐와도 직접 연관이 있고 전남도와 해당 지자체는 피해 보상금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 지출돼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암과 함께 오리 사육 두수 1, 2위를 다투는 전국 최대의 가금류 사육지인 나주 지역은 60농가에서 오리 88만1천마리와 65농가에서 닭 492만4천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나주시는 영암 경계지인 ‘반남·공산·왕곡·세지면’ 방역대를 중심으로 긴급 방역망을 구축, 차단 방역에 나선 상태다.

◇근본 대책 없어 골머리

매년 천문학적인 피해를 남기고 있는 AI에 대해 방역당국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농장주의 의심신고 후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여부를 판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에 앞서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내리지만 이전에 타 농장으로 전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매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지만 현 상태에서는 이 같은 매뉴얼이 최선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농장주의 신속한 1차 신고가 제일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체했다가는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때문이다.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가들이 2차 인체감염 우려 때문에 내리는 조치다. 우리나라도 가입돼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조류인플루엔자 초기 대응으로 살처분을 공식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H5N6형은 병원성이 강해 확산 속도가 살처분 속도를 넘어서면서 살처분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휴업보상제, 백신접종, AI 연구소 설립 등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AI를 종식시킬 만한 획기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장주들이 애지중지 키운 오리나 닭 수만마리를 한 순간에 살처분할 수밖에 현실이 안타깝다”며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농장주들의 빠른 신고”라고 강조했다./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