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윤장현 광주시장

“발달장애인 어머니 손편지 보며 초심 되새긴다”
소통 위해서는 탈권위 우선, 눈높이 같아야 공감 가능
차별없이 더불어 사는 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핵심
생명존중 사람중심 철학 뿌리내려…광주의 시간 올 것

2017년 12월 17일(일) 19:44
대담=이경수 상무이사 (광주매일TV 본부장)
일시=2017년 12월12일
장소=광주시청 1층 이룸카페

신문과 방송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선도하고 있는 광주매일TV가 개국 2주년을 맞아 광주·전남 출신 정치·경제·예술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특별인터뷰를 진행한다. 먼저 윤장현 광주시장과 만나 휴머니티를 중심으로 그의 소신과 철학을 자세히 들어본다. /편집자註
▲시청 안에 이룸카페와 같은 소통 공간이 있어서 참 좋은데, 개설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시청이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년 전 취임해 시청 주인은 시민이라는 생각에서 이곳 1층을 시민숲으로 만들었다. 시민 의견을 모아 시민숲에는 커뮤니티 공간, 영화관, 카페, 안전체험관, 로컬푸드 등 다양한 시설들을 갖췄다. 지금 이곳은 시민들과 직원들의 대표적인 소통공간으로 바로 옆 이룸카페와 함께 시청에서 가장 인기 높은 곳이다. 사회적기업에서 운영하는 이룸카페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며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요람이 되고 있다.

▲최근 전북 익산시의 명예시민증을 받아 화제가 됐다. 무슨 사연이 있나.

-지난 11월11일 익산시 초청으로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에 참여해 익산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국군통합병원 군의관 대위 시절 TV에서 이리폭발사고 뉴스를 접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휘관 명령을 기다리지 못하고 군장교 등 20여명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치료를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당장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군 사령부에서 내려와 초동대처를 아주 잘 했다고 격려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생명을 구했는데 이를 기억해 주시고 명예시민으로까지 선정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국가 안전 대처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에서 신속한 판단과 용기있는 실천은 정말 중요한 현장의 리더십이다. 40년 전 본인의 안위만 생각하고 지휘관 지시를 받고 출동했다면 운명을 달리했을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평생을 따라 다녔을 것이다.

광주매일TV 개국 2주년을 기념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광주매일신문 이경수 상무이사가 지난 12일 광주시청 1층 이룸카페에서 특별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선 6기 취임 첫 결재로 중증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사업을 시행하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종합지원 계획을 수립하기도 해 눈길을 모았다. 장애인에 관심을 쏟는 특별한 이유는.

-물을 부으면 낮은 곳부터 채워지듯이, 행정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없어도 힘들어도 미처 말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그렇게 광주가 먼저 불씨를 당겨 가능성을 열면 국가가 움직인다는 신념을 갖고 광주다움과 광주형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도 국민, 시민 그 이전에 사람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여행이나 가족 애경사에도 맘 놓고 못 가고, 발달장애인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하루라도 더 살다 죽기를 바랄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시장 취임 이후 첫 결재가 최중증장애인 24시간 장애인활동 보조 서비스 사업이었는데 특별시·광역시 최초였다. 그 이후 발달장애인 부모, 학계, 발달장애인 단체 등 전문가로 구성된 13인의 TF를 꾸려 지난 5월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을 마련, 예산에 반영했다. 아울러 발달장애인이 광주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9월 전국 최초 도심형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개소했다. ‘시장님의 따뜻한 손길, 우리 손 놓지 말고 꼭 잡아주십시오.’ 발달장애인부모연대 가족들이 한 말이다. 이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제 집무실에 걸린 발달장애인 기림이 어머니 손편지를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가끔 언론에 노출되는 윤시장의 사진을 보면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린 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은 채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소통과 협치, 촛불혁명 이후 시대적 화두가 된 의제다. 특히 시민과의 소통, 시민사회와의 협치없이 지방자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통을 위해서는 탈권위가 우선이다. 저는 시장 취임 전부터 어르신들에게는 무릎을 꿇고 아이들에게는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눈높이가 같아야 그 사람과 공감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시민과의 수평적 소통을 위해 의전팀을 없애고,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이용, 소형 전기차 관용차 이용, 관사 반납 등을 실천 중이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시민은 행정 서비스 대상이 아닌 내 부모, 형제, 자식이라는 패러다임이 시정 전반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신념으로 민생현장 행정에 힘쓰는 한편, ‘시민 목소리 청해 듣는 날’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아픔을 공감하며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최근 엠코코리아 김주진 회장께 큰 절을 올렸던 것은 일자리 하나라도 절실한 상황에서 4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김 회장에게 6·25 때 머물렀던 광주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따뜻한 음식과 머물 곳을 제공했던 광주의 은혜에 이제야 빚을 갚게 됐다고 하셨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이 광주를 심장부로 삼아 운영되는 것은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이자 광주 발전의 소중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광주의 미래에 앰코 김 회장이 동반자가 돼 줘 든든하다.

▲광주 시정에서 눈에 띄는 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인간 존엄과 노동 신성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광주는 1980년 헌혈과 주먹밥으로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귀히 여기며 민주화를 쟁취한 자랑스런 공동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제가 시장에 취임해 청소 용역업체 파견 직원들께서 쉴 곳이 변변하게 없어 화장실 옆 비좁은 공간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 일환으로 우선 공공부문에서 시작한 것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였다.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함께 가고자 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핵심이자 대원칙”이었다. 올해 말까지 용역업체 파견근로자 772명을 포함해 총 85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현재까지 475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380여명도 올해 말까지 전원 공무직으로 전환한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자존감이 높아져 당당해지고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도 광주시는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 채용관행을 확립하고, 전환공무직 근로자의 처우개선 등에 더욱 힘써 나가겠다.

▲20여년 동안 양가 부모님을 함께 모시는 효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핵가족화 시대에 귀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버님과 장모님을 한 지붕에서 같이 모셔 제가 든든하다. 1990년 장인이 쇠약해지면서 포도당 링거와 알부민 주사를 놓아드려야 했는데 날마다 왕래가 쉽지 않아 2년 가까이 처가살이를 했다. 장인이 1991년 말 돌아가신 뒤 장모님만 모시고 살다가 2000년 바로 옆 아파트에 사시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아버님까지 한꺼번에 모시게 됐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가정환경에 자라서인지 아버님과 장모님께 하루도 빠짐없이 안부 전화를 하는 걸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과거 어르신들의 안과 질환을 무료로 치료한 것도 항상 낮은 곳의 사람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두 분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요즘엔 시정 현안에 쫓기다 보니 말벗을 많이 못해드려 죄송하다. 그리고 부모님 모시느라 고생이 많은 집사람을 위해 주말이면 제가 직접 차를 몰고 수행하면서 바람도 같이 쐬고 재래시장도 다닌다.

▲광주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최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가 열렸다. 위원들께서 광주 민선 6기 성과와 비전에 크게 공감하면서 ‘광주가 참 큰 일하고 있다. 광주 미래가 참 밝다’는 덕담들을 해 주셨다. 이제 진정한 광주의 시간, 광주의 한이 꿈으로 바뀌고 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 들어 오랫동안 왜곡 폄훼돼 온 광주역사가 올바르게 세워지고 있다. 친환경차와 에너지가 광주를 넘어 국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 광주형일자리는 대한민국 제조업 위기와 사회 양극화 극복 대안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새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지역사업들의 대거 반영에 이어 이를 현실화할 국비확보 2조원대 육박으로 지난 4년간 광주의 선택과 방향들이 옳았음이 거듭 증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생명존중 사람중심의 시정철학이 뿌리를 내리며 광주가 따뜻하고 안전한 복지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새해에도 당당한 광주의 역사 위에 넉넉함을 더하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힘찬 도약의 길에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정리=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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