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이라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12월 20일(수) 18:41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세밑 지역정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출마를 결심한 이들이 지역 내 모든 조직과 모임에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와 전남에서는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등 광역단체장 2명, 광주시·전남도교육감 2명, 기초단체장 27명, 광역의원 80명, 기초의원 311명 등 모두 422명 안팎의 새 일꾼이 선출될 예정이다. 이 422개 자리를 놓고 현재 출마를 저울질 하는 이는 줄잡아 2천여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선거의 계절이다. 동네마다 연말 모임에 출마자 이름이 매일 회자된다.

필자는 출마를 밝힌 이들에게 꼭 물어본다. ‘왜 지방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출마지역 지방자치는 몇 점인가’ ‘지방지치 후 지역민의 삶은 좋아졌는가’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건국헌법에 의해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지방자치가 실제로 시행된 것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으로, 폐허가 된 잿더미 속에서 지방의원 총선거와 함께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당시 선거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시장과 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시·읍·면장만 주민의 투표로 뽑았기 때문에 완전한 지방자치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후 지방자치법은 5차에 걸쳐 개정을 거듭했고, 지방분권과 중앙집권 체제 사이에서 헤매다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1960년 선거를 끝으로 지방자치가 멈췄다. 그러나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8년 4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부활된다. 민주화의 정점을 찍은 직선제 개헌 이후 2차례의 개정을 통해 1991년 4월,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는 부활하게 된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모두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4개의 지방선거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 시대의 문이 열렸다. 이후 4년에 한 번 치러진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행정자치부 ‘지방자치 20년 평가’를 보면, 자치단체의 복지예산 비중은 1996년 7.5%에서 2013년 27.6%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사회복지시설은 2003년 3.3개에서 2012년 15.6개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2006년 1만8512명에서 지난해 3만448명으로 늘어났다. 지방의회 입법 활동도 활발해져 조례 수가 1995년 3만358개에서 최근 6만 3476개로 2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방침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새로운 정책 시도,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마을공동체 사업 등 주민이 원하는 정책을 얼마나 정착시켰는가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벌써 일곱 번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주민생활 개선과 제도발전,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걸음마 단계다.

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의원들에 대해서는 ‘불만족’이 47.7%에 달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23.5%에 불과해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특히 자치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정자립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간 소득 불균형과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너무 높다. 세입면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에 머물러 중앙에 대한 재정 의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광주시의 내년 살림 규모는 5조원, 전남도는 7조원을 육박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는 아주 낮다.

자, 그러면, 내년 선거에 나올 분들은 ‘자율성이 없는 무늬만 지방자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방자치가 지역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인데, 어떻게 개선해갈 것인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지방자치를 하면서 미래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 아니라, 득표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만 내는 후보를 가려볼 줄 알아야 한다. 4년 동안 지방살림을 맡을 살림꾼이 누군지, 중앙정치나 넘보는 정치꾼을 뽑아선 안된다.

물론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힘든 본질적인 문제는 중앙정부가 힘을 나눠 갖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내년에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보면 자치분권 핵심전략으로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 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 행정체계 구축 등이 제시돼 있다. 이처럼 지방분권의 원리를 헌법 질서로 규정해 지방자치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6·13지방선거때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진정한 주민자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선출권 등 다양한 권한을 제공하며 풀뿌리 주민자치가 강화돼야 한다. 더 이상 지방자치가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의 전리품을 나누지는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도 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주민참여 행정을 통해 지방정부 재정 관련 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전시행정을 막을 수 있다.

바라건대, 광주·전남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공천할 때, 자치분권시대 맞게 풀뿌리 자치를 강화하고 지방행정을 대범하게 개혁해갈 수 있는 인물을 잘 가려내야 한다. 부디, 잘못된 공천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