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 삶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주빌리은행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 호응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
| 2017년 12월 21일(목) 20:10 |
#1.
7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A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귀국 후 현재 아내와 만나 결혼하게 됐다. 단란한 가정을 이뤄 행복한 삶을 꿈꾸던 A씨는 4자녀가 베트남 전쟁 참전 당시 입었던 고엽제 피해로 선천성 질병을 앓게 됐고, 자녀들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결국 빚을 지게 됐다. 많지 않은 수익으로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져 대부업 대출을 받으면서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A씨 거주지의 우편함에 선물이 날아왔다. 주빌리은행(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의 빚을 줄여주거나 탕감해주는 은행)의 탕감우편물이었다. 도저히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서민의 채무를 사서 소각시켜준다는 내용이다. 사기로 의심해 반신반의했던 A씨는 직접 은행을 찾아 상담한 후 “귀하의 빚이 탕감 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아들고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
20대 중반 B씨는 사회 첫 발을 내딛으면서 신용카드 모집원으로부터 5개가 넘는 카드를 발급받았다. 절제된 소비습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빚도 늘어났다.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했고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해 이자와 원금을 갚다보니 더 이상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회사도 퇴사해 일용직으로 전전하다 우연히 집으로 배달된 주빌리은행 우편물을 받고 은행을 찾아가 채무 내역을 확인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B씨는 자신을 다시 한 번 채찍질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다.
장기 연체된 서민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젝트가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절망에 허덕이고 있는 채무자들의 삶에 ‘한 줄기 희망’을 선물해주는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계형 장기채무 소각으로 그동안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새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의 빚을 줄여주거나 탕감해주기 위해 2015년 8월 설립된 주빌리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시민의 기부로 빚을 갚지 못하는 곤경에 처한 채무자를 구해주는 이 프로젝트에 전남도와 광주 광산구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 10여곳이 동참하고 있다.
전남도는 오는 28일 도 중소기업진흥원 대강당에서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 제2회 부실채권 소각식을 개최한다. 이날 소각식에서는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 생계형 채무,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 등 120억9천만원(성금 매입 3억2천만원, 채권 기부 117억7천만원)을 소각한다.
앞서 도는 지난 4월 제1회 부실채권 소각식을 열어 413명 50억원(원금 23억원, 이자 17억원)의 채무를 상환한 바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경제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서민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다”며 “빚을 탕감해주는 이런 프로젝트에 채무 상환에 버거워 하는 지역민들의 많은 이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주빌리은행은 20일 현재 4만8천907명의 채권 원리금 7천640억원을 소각했으며, 부실채권 3억5천583만원을 매입했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