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재미있는 자녀 글쓰기 지도 안수경 대촌중앙초 교사·교육학 박사

2018년 01월 07일(일) 18:09

독후감을 쓸 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지겹고 막막한 글쓰기라는 인식을 바꿔주려면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면 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인터뷰 놀이가 있다. 자녀를 흥부라고 역할을 주고 엄마가 모형마이크를 대며 인터뷰하는 것이다. ‘최흥부씨, 당신은 제비가 주는 박씨를 받고 땅에 심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형수님 주걱으로 뺨 맞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죠?” “나중에 왜 놀부형님을 도와주었나요?” 등을 물어본다. 장난끼가 발동하게 되고 우스개 농담이 섞인 창의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고 학생의 느낀 점이나 소망하는 점 등을 자연스럽게 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가족모두에게 집단 언어적 유희놀이를 하고 나면 보다 재미있는 독후감의 소재들이 탄생하게 된다. 독서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글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반드시 직접 문장을 써보아야 하고 반복하면서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

이와 유사하게 하브루타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 하브루타란 유태인의 교육법의 하나로 두 명이 서로 ‘꼬리물기’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예컨대 ‘비눗방울’이라는 동시를 함께 읽고 아무 질문이나 먼저 던져본다. “너도 비눗방울처럼 지붕 위에 올라가고 싶어?” “비눗방울 안에 타고 지붕에 올라가면 재밌겠다.” “터지면 추락이야?” “미끄러지면 엉덩이가 아플까?” 등의 창의적인 대화는 새로운 동시의 소재가 되고 노랫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발 학생들에게 딱딱한 글쓰기 주제를 날 것으로 던져주지 말자. ‘통일안보 글쓰기’, ‘불조심’, ‘양성평등 글쓰기’, ‘흡연예방 글쓰기’ 등의 주제는 성인마저도 도망가고 싶은 주제들이다. 학생들이 달려들어 쓰고 싶어 하도록 제시해보자. 예컨대 카프카의 ‘변신’을 응용해볼 수 있다. ‘제리가 톰을 피해 구멍으로 들어가니 북한 김정은 집이었다.’, ‘눈을 떠보니 평양 소학교 교실이었다.’ 등과 같은 주제는 학생들을 구체적인 상황에 풍덩 빠뜨릴 수 있다. 불꽃에 이름을 붙여 ‘불두리의 집지키기’, ‘불두리의 반전’, ‘착한 불두리의 모험’, ‘불두리의 바쁜 하루’ 등의 불조심 주제는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

글쓰기 초보자가 쓰는 글은 당연히 어수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 학생은 상처를 받거나 미리 포기해 버린다. 어렸을 적 춤추기를 좋아하던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세련된 춤을 추게 된다. 왜 그리 유치한 춤만 추느냐고 핀잔을 받고 포기했더라면 성인이 되어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들의 글쓰기는 모두 수용받을 가치가 있다. 미래에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또래들보다 먼저 앞서가기도 하고 느리게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성급한 마음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자녀들에게 논설문, 설명문 등의 어려운 형식부터 가르쳐대면 안 된다. 이것은 바로 첫 발을 내딛는 자녀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넘어뜨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