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는 광주의 새해를 위하여 정준호 |
| 2018년 01월 07일(일) 1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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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수습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분석과 시시비비는 놔두고서라도 제천 화재참사를 통해서 드러난 여전한 우리 사회의 몰원칙성은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당국에서 사고 발생 3분만에 선착대를 도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화재수습이 5분 가량 지연되었다는 소식처럼 구성원들이 전혀 의식조차 하지 않는 ‘사소한 원칙 위반’이 어떤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서 그렇게 외쳤던 ‘골든타임’이라는 단어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사소한 개인적 불편과는 동떨어진 단어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해 첫날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정동진의 경우, 소방서 앞 까지 차량을 불법주차하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제천 화재참사를 겪고서도 과연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하는 또다른 무력감이 생긴다. 공직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만큼 주권자들의 공동체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광주로 시각을 돌려보면 어떠한가. 먹자골목 상가 대로변에는 해가 떨어지면 불법주정차된 차량들로 매일 차선 하나씩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소방차는 커녕 일반 승용차량도 교차 통행을 못할 정도로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이면도로에도 과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주정차되어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17년도 교통문화지수 평가’에서는 광주가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광주 광산구는 전국 69개 자치구 중에서 67위를 기록했다. 17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광주광역시의 순위는 14위였다.
흔히 지역의 단체장 분들께서 ‘광주다움’을 자주 언급하지만, 타 지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광주의 선진의식은 교통문화와 같은 사소한 원칙과 기본이 상대적으로 바로 세워져 있는지가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자랑스러운 촛불혁명의 경우에도 100만 시민들이 모인 장소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던 장면이 외신에 주로 등장했던 것처럼, 선진의식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바뀌는 제도 중 하나가 도로에서 긴급출동하고 있는 소방차에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에 부과된 과태료 부분이다. 과거에는 20만원 정도였던 과태료가 올해부터는 2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조정된다. 이러다 사소한 잘못에도 곤장을 때리는 싱가포르와 같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나부터 버리지 못한다면 사회제도는 어떻게 변경될지 모르는 것이다.
흔히 변호사업무를 새로 시작하는 변호사에게 법무법인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이메일 작성법과 의뢰인과의 전화 응대법 등이다. 서면작업과 관련하여서도 오탈자와 같은 사소한 잘못을 우선 지적한다. 잘못된 습관이 초창기에 형성되어 버리면 좋은 변호사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구성원들도 잘못된 습관들이 있다면 사소한 것부터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것이 광주의 세계적인 명성에 부합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다.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의미이다. 부디 위 사자성어를 완수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특히 가르침이 부족한 사회는 아닐 것이므로,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사소한 불법’들이 차츰 사라져가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원칙과 기본이 바로서는 2018년 무술년 새해의 광주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