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대책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민종택 영암소방서 구조대장

2018년 01월 08일(월) 18:56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지나고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온통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은 ‘대한민국은 정말 안전한가’라는 물음이었다.

지난해 12월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 뒤집히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망 실종자만 무려 15명에 달했다.

충북 제천에서도 대형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전국 각지에서 펑펑 터져나온 크고 작은 화재들, 각종 사건·사고들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토해내곤 했던 기억이 많았다.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조그만 부주의와 무관심이었다. 우리는 사고가 있을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히 대형사고의 경우에는 “안전에 또 구멍이 났다”라든가 “인재로 또 참사가 일어났다”라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하면서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지금껏 그렇게 많은 재발 방지 대책들을 쏟아내고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사고의 악순환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발전 또는 경제 성장 속도가 안전 확보의 속도보다 빨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거나 사회안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위해 기본시설을 갖추고 그 시설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안전불감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연이은 안전사고 소식으로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는 안전 교육의 미비와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안전 교육을 실시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 많았다. OECD 국가 등 선진국에는 안전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안전 교육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한 편이다.

이제라도 전 세대들이 사고는 자신에게도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안전 교육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열심히 들어야한다. 개개인 역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으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문득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한 말씀이 떠오른다. “환난(患難)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은 재앙을 만난 뒤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목민심서 애민육조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옛 성현의 말씀을 가슴에 아로 새긴다면 지난 한해 우리를 멍들게 한 사건, 사고들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일 수 없지 않을까?

무술년 새해에는 더 이상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