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기억 현재화시킬 수 있는 방법 고민하자 김상철·㈜비투지 대표

2018년 01월 10일(수) 18:31

광주의 5·18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이 때가 아린 기억으로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다.

5월이 가까워오거나 5월의 그 장소에 서면 가라 앉아있던 앙금은 누군가 연못을 막대기로 휘저은 것처럼 어느덧 요동치며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5·18이 누구에게는 생채기로 남아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훈장으로 기려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광주의 5·18은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동의 기억이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험난한 여정에서의 정점을 찍은 광주의 자랑이자 광주의 아픔이다. 이를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많은 이들은 제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를 현재화하였다. 누구는 소설로, 누구는 시로, 누구는 판소리로, 또 누구는 연극으로, 영화로, 누구는 음악으로, 누구는 미술로…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5·18은 과거 속에 묻히지 않고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통해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흐름 속에서 맞닥뜨리는 망각과 퇴색이라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2020년이면 이제 5·18도 어언 40여년이 되어간다. 앞으로 2년 남았다. 소중하고 귀중한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는 역사적 사건임에도 세월 앞에 어쩔 수 없이 잊혀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필자가 초등 5학년 때 겪었던 일을 어찌 동일한 무게로 지금의 5학년 학생들에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5월의 현장인 금남로와 구 도청에는 그날의 흔적이 사라지고 훼손된 채 세월의 무게만 쌓여가고 있다. 그날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날의 모습을, 그 날의 현장을 어떻게 생생하고 가슴 속 깊이 느끼게 해줄 것인가.

방법은 있다. 물론 최고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것은 바로 기술을 역사에 적용하는 것이다. VR(가상현실) 말이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나마 그 날, 그 곳을 재현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서 1980년 5월 18일의 금남로 그 현장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때의 건물과 시가지, 그 때의 함성을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당시의 현장으로 시간을 되돌려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시, 소설, 영화, 음악, 미술 등이 그간 5·18을 현재화하는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나설 차례다. 가상공간에서 광주의 5·18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며, 그날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지켜내야 할 의미와 가치가 되어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재현해낸 5·18은 장차 광주의 훌륭한 자산이 되어 광주를 빛내는 콘텐츠로 이곳저곳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다만 이런 일은 제작업체 하나가 뚝딱 만들어버릴 일이 아니라는데 우리의 고민점이 있다. 그냥 게임 하나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역사를 재현해내는 일이니만큼 민·관·산·학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왜?, 무엇을?, 어떻게? 이런 수많은 질문과 답들이 오가면서 우리는 앞으로 40주년, 50주년의 5·18을 기리는 방법에 대한 최선의 정답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지금부터라도 광주시가 여기에 대해 고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상철·㈜비투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