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석 박사의 뮤지엄 읽기](1) 무술년 원단, 박물관에서 개를 보다 “개의 공유가치, 4차 산업혁명 체계에 적합한 콘텐츠” |
| 2018년 01월 10일(수) 18: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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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 정유년을 아슬아슬하게 보내고 무술년, 황금 개의 해를 맞았다. 지나고 보면 또 다사다난이라는 한마디로 귀결되겠지만 마음의 수장고 깊이 내 팽개쳐진 ‘희망’이라는 단어를 일부러라도 끄집어 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개띠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공존과 동행 개’ 특별전을 갖고 있다. 신의를 지키며 충직하고 친근하며 용맹스럽기까지 한 개는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까이에 있어왔다. 선사시대 이래 오늘날까지 개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사람은 개를 버려도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충직함과 믿음의 동물 개를 통해 무술년에는 우리가 잠시 망각하고 살았던 신의와 포용, 화합을 실천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가져본다.
개는 전통적으로는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十二支神)중 열한 번째 신장(神將)으로, 악귀를 쫓고 만물을 지키는 길상(吉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개는 서북서(西北西)방향을 지키는 방위의 신이자, 오후 7시에서 9시를 담당하는 신격(神格)의 상징과 의미도 지닌다. 따라서 세화(歲?와 부적에 개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신성하면서도 친숙한, 용감하면서도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는 개의 특징과 의미를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어 꼭 관람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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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박물관(미술관 포함)과 박물관 자료(소장품)에 대한 법적 정의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 박물관은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고고(考古)·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정의한다. 또한 박물관 자료 즉 소장품은 인간과 환경의 유·무형적 증거물로서 학문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국제적으로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와 영국박물관협회(The Museums Association), 미국박물관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도 각각의 사정에 맞게 박물관을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의 그것까지를 묶어보면 ‘박물관은 현재와 과거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미래에 전승하고, 사회와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따라서 박물관은 ‘자연과 인류에 의해 생산된 유·무형의 유산을 수집, 보존, 조사, 연구하고, 이를 일반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전시,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와 같은 동물도 박물관에서는 유물이 된다는 것과 유형만이 아닌 무형 즉 음성·음향·향기, 기호, 문자 등의 형태로도 인정되며 소장은 물론 전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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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같은 문화 인프라는 생존의 문제를 벗어나 삶의 질과 인문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메시지를 주는 매개이기 때문에 양적 팽창만으로도 우선은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최근에 확충되는 박물관은 형식면에서만 볼 때 그 양상은 과거의 그것과 사뭇 다름을 알게 된다. 대단히 특수화, 전문화, 다원화, 오락화 되고 있으며, 운영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립박물관은 보다 입체적인 양태를 띤다. 커피, 초콜릿, 인형(피규어, 로봇태권브이), 자동차, 술, 트릭아트, 악기, 곤충, 돼지, 시계, 칼, 민화 등이 그것으로 과거의 박물관과는 사뭇 다른 다채로움으로 드러난다.
이같은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단히 컬러풀하며 체험 및 부대활동을 하기에도 용이하다. 여기에는 움직임이 있으며, 향기가 있고 맛보거나 만질 수도 있으며, 소리도 있다. 거북스럽거나 이질적이지도 않으며, 직접적이며 체감적이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겨울방학이면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놀이동산이나 스케이트장처럼 친숙함을 준다. 박물관에서의 관(館)은 자료를 진열하고 수장하는 ‘공간과 시설적 조건’을 지칭하지만 ‘개방한다’는 능동적인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물관은 친근함으로 다가와야만 향유자에게 그 정체성과 미션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슬로건 ‘따뜻한 친구, 함께하는 박물관’도 이와 궤를 같이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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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물관 콘텐츠로서 개는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개의 진화, 사람과 함께한 개, 국가별 개, 쓰임, 설화와 전설, 사례와 미담, 예술(미술, 음악 등)품이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이를 확장한 애완·반려동물의 관점에서는 개가 주인공인 미용실, 유치원, 호텔, 장례, 납골당 등 관련 산업은 긍정의 가치로 보여줄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 발생했던 반려견에 의한 사망사건, 애완견이 도화선이 돼 배우자의 살해로까지 번졌던 부부싸움, 반려견으로의 재산 분할 논쟁 등은 사회적 문제의 차원에서 펼쳐놓아도 유의미할 것이다. 필자는 어디선가 개의 표정과 움직임을 분석해 그림으로 표현한 개들의 언어라는 자료를 본적이 있다. 개 관련 박물관에서는 이런 방식으로만 대화를 해봄도 재미있을 듯하다. 한편, 볼테르, 벤자민 프랭클린, 처칠, 여운형, 마더 테레사, 시인 이상, 스티븐 스필버그, 도널드 트럼프, 빌 클린턴,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에 더해 광개토대왕까지도 개띠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개띠 위인들의 삶을 별도로 조망해보는 것도 교육적 가치가 클듯하다.
개에서 나오는 털, 먼지, 배설물은 건강은 물론 인식과 미관에도 좋지 않지만 아이들은 이런 것에서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며, 털의 기능, 배설물 분석 등을 통해 긍정의 가치로 해석해 낼 수 있는 것도 박물관의 몫이다. 고문도구, 담배, 마약, 가짜 명품 등이 버젓이 우리 박물관의 진열대를 차지하고 이는 것은 박물관에서는 어떠한 것도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가치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거에 머물지 않고 확장성까지 큰 개의 공유가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체계에도 대단히 잘 맞는 콘텐츠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올 무술년은 황금까지 더해진 개해라니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개의 모든 것이 박물관에서는 긍정과 확장의 가치로 승화 될 수 있는 것처럼 올 무술년에는 모든 것들이 소통과 발전의 가치로 형통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