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출범 10년 서대석 원장 “과학기술인 연구환경 조성·정보교류 허브 역할 충실” 장기 임대숙소·게스트룸·국제회의실 등 갖춰 지역 R&D사업 효율적 추진…지원체계 구축 광주 E-노베이션 클러스터 조성·과학기술포럼 운영 미래 천년 전라도는 소외 벗어나 중심으로 우뚝 서야 최환준 기자 choihj@kjdaily.com

2018년 01월 14일(일) 19:05

프로필 ▲전남대 독문과·중앙대 대학원 지역사회개발학과 졸업(석사) ▲국회의원(조홍규·정동채) 비서관 ▲민주당 광주시당 사무처장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사회조정3비서관 ▲전남대병원 상임감사 ▲현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지난 2008년 토대를 잡고 출범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이 출범 10년째를 맞았다.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로 시작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은 그동안 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주 및 편의 시설을 제공하면서 광주지역 과학기술 정보 교류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강한 추진력으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서대석 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편집자 註

▲서대석 원장은 노무현대통령 비서관을 역임하고, 전남대병원 상임감사로 일하는 등 다양한 정치·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데, 먼저 자신을 소개한다면.

-언뜻 보면 노무현 대통령 잘 만나 벼락출세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자고나니 하루 아침에 유명해지는 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저도 마찬가지다. 저는 전남대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당시 들불야학 활동을 하며 학생운동에 투신했고,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윤상원 열사 등과 함께 투사회보를 제작·배포하는 등 직접 참여했다. 그때부터 정치를 통해 왜곡된 우리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회 5·18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참여했고 광주시 서구의회 전문위원, 조홍규 국회의원 보좌관, 정동채 국회의원 사무국장, 새천년민주당 광주시당 사무처장 등 현실 정치 수업을 착실하게 받았다. 그 씨앗들이 밑거름이 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탄생된 이후 영광스럽게 청와대의 명을 받아 비서관을 했고 전남대병원 상임감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원장으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을 이끌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은 어떤 곳인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곳일 수도 있다. 저도 처음에는 뭐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 짧지 않은 생활을 인문학과 정치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이 과학기술 분야는 어쩌면 문외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과학기술 전문인이 필요한 곳이 아니고 인적네트워크가 잘 돼 있는 사람이 필요한 곳이다.

과학기술인들간의 교류와 전문가와 기업들과 연결해 주고, 우수 과학기술인들을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다. 진흥원 정관에 진흥원의 설립 목적을 광주지역 산학연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 과학인력의 유치, 쾌적한 정주 환경 지원, 대학과 연구소와 기업의 연구개발 촉진, 지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진흥원을 쉽게 설명하자면 40개의 장기 임대숙소와 32개의 게스트룸, 국제회의실과 8개의 대중소 회의실, 레스토랑, 헬스클럽 및 사우나 시설 등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복합 콤플렉스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

▲원장 취임 이후 많은 일들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자랑할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무엇보다 법인 명칭 변경을 들 수 있다. 진흥원은 지난 2008년 11월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얻고 2009년 3월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라는 법인 명칭은 너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애매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기관명을 한번 들으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월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이란 이름으로 변경했다.

진흥원의 주요 성과로는 지역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주 및 편의 시설 제공으로 연구환경 조성과 지역 과학기술 정보 교류의 허브 역할을 강화했고 지역 주도 지방 R&D사업 육성의 거점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지역 R&D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을 들 수 있다.

약 300여명의 광주과학기술 인적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들의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우수한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광주과학기술인상을 시상하려고 한다. 지역 과학기술인들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또한 제5차 광주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해 향후 5년간의 광주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을 잡는 일을 수행했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이 출범한지 10년이 됐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올해 R&D 예산이 20조쯤 된다. 광주의 R&D 예산은 1천억원 쯤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 우리 지역에도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선 6기 광주시가 에너지, 문화, 친환경자동차 등 3대 밸리를 중심 축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방향을 잘 잡았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남구 도시첨단 단지에 200실 규모의 에너지제로하우스 개념의 복합 콤플렉스를 구상하고 있다. 올해 설계 용역비를 확보해서 지역 핵심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할 ‘광주 E-노베이션 클러스터’를 조성해 볼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테크노파크 정책기획팀과 진흥원의 연구개발지원단을 통합해서 운영하려고 하는데 그 일을 진흥원에서 할 수 있도록 기관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 당국과 정부와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찾아 보겠다.

이와함께 과학기술 포럼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포럼은 4차 산업시대 도래에 따른 광주지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산·학·연·관 관계자들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지역 과학기술 관련 이슈들에 공감대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의 시대에, 특히 문재인 정부 시대에 지역에서 몸담고 열심히 활동하는 과학기술인들에게 힘이 돼드리는 진흥원이 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지방자치 발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지방자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면.

-올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권의 화두는 자치분권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정치인들의 개인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고, 당위의 거대 담론만 존재하고 시민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과 가치들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지방정치보다는 지역의 기득권층이나 중앙을 보면서 하는 정치가 만연해 있는 꼴이다. 지방자치는 첫째도, 둘째도 지역 주민이 우선돼야 한다. 사람 중심의 지방자치가 실현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나의 소신이다.

이제는 삶의 질 향상이 관건이다. 문화, 복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삶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삶이 지역공동체의 목표가 돼야 한다. 지방자치의 목표도 같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시민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지방자치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발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교육이 중요하다. 5·18 광주공동체 정신이 그러했고, 지난해 촛불혁명도 결국 현장의 훌륭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었다.

▲지방자치에 대한 시각이 확실한데, 정치적인 관점에서 광주의 발전방안을 제시한다면.

-올해는 전라도 정도 천년이 되는 해이다. 전라도는 지난 천년동안 늘 발전에서 소외됐고 변방으로 취급 받아오면서도 역사의 고비 고비에서마다 늘 제 역할을 하며 우리 민족, 우리나라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앞으로 펼쳐질 새 천년의 전라도는 달라져야 한다. 소외에서 벗어나고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

한번 산업화에 뒤지면 영원히 꼴찌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이 보기 좋게 깨지고 있다. 바로 4차산업 혁명 때문이다. 다행히 광주는 친환경자동차, 에너지산업, 문화예술 등 3대 밸리사업을 활발히 펼치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선점을 한 상태다. 특히 혁신도시의 한국전력 등 이전 기관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곳들이 많다. 이들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광주의 성장동력을 찾는다면 광주, 아니 새로운 천년의 전라도가 우리나라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광주의 중심축도 광주천에서 벗어나 광주와 혁신도시를 잇는 영산강권 발전축을 시급히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천년의 광주는 과거 영산강의 영화를 재현해야 한다. 첨단과학과 전통이 녹아 있는 사람사는 냄새가 있는 미래 천년의 광주를 만들어 가야한다.

▲광주시민과 지역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부탁한다.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역사의 고비마다 호남, 광주가 그 중심에 있었다. 단 한번도 어려움을 비껴가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광주학생독립운동, 4·19, 5·18. 6·10 항쟁에 이어 지난해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이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를 바탕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떳떳한 도시, 자랑스런 도시, 물려주고 싶은 도시,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적인 분야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자존감이 높은 광주로 만들어 갈 의무가 지금 우리 세대에게 주어져 있다.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5년, 그리고 그 다음 몇 번의 민주 정부를 창출해서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가오고 있는 광주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최환준 기자 choih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