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더건’ 같은 광주시장, 어디 없나 이정록 |
| 2018년 01월 16일(화) 1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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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이 되느냐에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관심 갖는 이유는 뭘까. 민원 청탁이 용이한 가까운 사람이 되면 좋아서? 이리저리 얽혀진 이권(利權) 때문에? 단순한 술상머리의 흥밋거리로? 모두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누가 지자체 장(長)이 되느냐에 따라 자기의 삶이 달라지고 지역 발전의 명암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 자동차 산업 메카였던 디트로이트도 같은 사례다. 미국 자동차 ‘빅3’인 포드·지엠·크라이슬러의 본거지였던 디트로이트는 한 때 잘 나갔다. 1950년 인구는 180여만 명으로 미국 제4위 도시였다. 지금은 인구가 67여만 명(2017년)으로 감소해 23위로 추락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관련 기업과 인구를 떠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빚(약 20조원)이 늘면서 2013년 파산을 선언했다. 도시를 먹여 살렸던 주력산업 쇠퇴가 도시 몰락으로 이어진 미국의 오래된 산업 도시 라이프사이클을 디트로이트 또한 피하지 못했다. 디트로이트 몰락은 주력산업 쇠퇴에 기인하지만 시장의 불량(不良) 리더십이 이를 부추겼다.
디트로이트 몰락을 재촉한 사람은 제70대 시장이었던 콜맨 영이다. 그는 포드사 노동자, 노동 운동가, 주 상원의원 등을 거쳐 20년(1974-1994년) 동안 시장을 했다. 최초 흑인 시장답게 흑인 우대 정책을 폈고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 나갔다. 실내 경기장(조 루이스 아레나), 모노레일(피플 무버), 르네상스 센터, 주민을 내쫓고 지엠을 위해 대규모 공장 부지를 조성한 폴타운 사업 등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었다. 이들 대형 인프라 사업은 도시를 쇠락의 늪으로 빠트렸다. ‘도시의 승리’ 저자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영 시장이 아니었어도 파산했을 거라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영 시장과 후임(後任) 시장들이 이를 조장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디트로이트가 부활을 꾀하고 있다. 몇 가지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2014년 10월 부채 일부를 탕감 받으면서 법적 파산 상태를 면했다. 일정 기간 재정 흑자도 기록했다. 25%에 달했던 실업률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2014년 7월 JP모건체이스은행이 부동산 활성화, 중소기업 창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교육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투자’라고 명명한 프로제트에 1억 달러를 쾌척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도심의 불 꺼진 대형 건물과 도시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있다. 부활의 불씨를 댕긴 당사자는 2014년 제75대 시장으로 취임한 마이크 더건이다.
마이크 더건은 흑인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1970년 이후 두 번째로 취임한 백인 시장이다. 1958년 태생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뉴욕과 시카고의 대학이 아닌 미시건대를 택했다. 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은 디트로이트 도심에 있는 법률회사였다. 1987년-2003년까지 디트로이트가 속한 웨인 카운티 공무원과 검사로 일했다. 시장이 되기 전까지 디트로이트 메디컬 센터 사장도 맡았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에서 학교를 다녔고 디트로이트에서 생업을 이어간 그는 디트로이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한 ‘디트로이트 맨’이었다.
“모든 이웃에겐 미래가 있습니다.” 2013년 선거에 뛰어든 그의 캠페인이다. 그는 250여개 소모임과 거실은 물론이고 커피숍, 이발소와 미용실, 교회 등에서 만났다. 시민의 소리를 경청(傾聽)했다.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고 시민을 설득했다. 취임 후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청년 창업가와 예술인을 불 꺼진 도심으로 유인했다. 방치된 건물을 재단장해 활용했다. 공무원도 감원했다. JP모건체이스 같은 투자사에게 ‘바닥을 찍은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호소했다. 시장의 진정성을 확인한 시민은 작년 선거에서 그를 재선 시장으로 만들어줬다.
디트로이트 사례는 두 가지 교훈을 시사한다. 하나는 시장이 도시를 지탱했던 주력 산업 쇠퇴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그 도시는 쇠락한다는 메시지다. 자동차 산업에 목을 매고 있는 광주가 유념할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와 동고동락했던 시장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야 시민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안다. 시민이 위탁한 권력 위에 군림하지 않고 동행할 수 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광주에서 생업과 행정 경험을 쌓았다면 최고다. 마이크 더건 시장처럼 말이다.
보통 사람이 광주시장 예상 후보자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도시 미래를 고민한다는 증거라 그렇다. 밥상과 술상머리에서 ‘마이크 더건’ 같은 시장 후보자가 물색됐으면 좋겠다. 더좋은 광주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