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눈 내리는 저녁 시 손형섭
2018년 01월 22일(월) 19:03
눈 내리는 저녁
유리창 너머 허허벌판에
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산 너머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저녁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창밖으로 내려가 농장
밭둑길을 걸으니 연초록 사랑이
대지 위에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지울 수 없는 가슴 깊이 새겨진 것
기쁨보다 아팠던 기억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파란 밀밭이다

이제 무겁고 슬프고 아픈 기억들
겨울 들판 밀밭 길에 모두 내려놓고
그리움 하나만 가슴 속에 묻고 가련다

이제야 마음의 창이 열리는 것은
빙하의 땅 위에
눈 내리는 대지 위에 청밀이
밀밭에서 파랗게 손짓하기 때문이다

<해설> 대지에 겨울이 찾아오듯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난 계절 포효와 소란스러움 대신 그 발자취를 관조하는 게 겨울의 시간이다. 그 여백위에 새 살이 돋을 때 쯤 봄이 올 것이다.

<프로필> 전남대 졸업·동 대학원 경제학박사, 목포대 대학원장·사회대학장, 현재 목포대 명예교수, 2017년 ‘문학예술’ 시·수필 등단, 서은문학회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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