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의 깃발 김일태 전남대 교수

2018년 01월 23일(화) 18:49

새해 초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 근교의 현대자동차 미국 생산법인(HMMA) 공장을 견학했다. 현대차가 1986년 최초로 미국에 엑셀(Excel)이라는 브랜드로 수출되었고 나로서는 미국에서 30여 년 전 엑셀을 타보았지만 이제는 현지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게 되니 벅찬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앨라배마 주의 주도(州都)인 몽고메리 시에서 모빌로 연결되는 I-65 고속도로 출구에서 현대대로(Hyundai Blvd)를 따라 펼쳐 있는 드넓은 초원에 위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의 정문 앞에 성조기와 앨라배마 주의 깃발,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깃발이 펄럭이는 전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지역은 2002년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한적한 목초지에 불과한 곳이었다.

나부끼는 깃발을 바라보면서,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2006년도 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그 장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오지마(유황도) 전투 중에 여섯 명의 미국 해병이 수리바치 산에 펄럭이는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이다. 전쟁 중에 국가의 깃발은 애국심과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평화 시에 기업의 깃발은 이렇듯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의 상징이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2005년 준공돼 217만평 부지에 연간 37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대략 3천100명을 고용해 시간당 73대로 쏘나타, 엘란트라, 싼타페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공장은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자동차 공장까지 I-85 고속도로로 96마일 거리에 있으며 모빌항까지 I-65 고속도로로 162마일 거리로 물류와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입지하고 있으며 1만2천400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총 29개 동반 진출 협력사가 가동하고 있는 자동차 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견학하는 도중에 ‘Go Hyundai’를 외치는 근로자들의 모습과 미국 도로를 누비는 현대기아차를 보면서 국내 생산 비중이 점차적으로 감소해 우리 지역에서 글로벌 기업의 깃발이 사라질 수 있다는 힘든 지역경제의 현실이 떠올랐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협하는 자동차, 가전, 철강 등의 부문에서 외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고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경제 여건은 우리 지역의 주력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역의 가전 생산라인은 해외로 지속적으로 이전될 것이고, 완성차 생산라인의 확장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지역 산업생태계는 자동차와 가전, 금형 등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산업혁신을 통해 신산업성장 동력을 확보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제 지역은 주력산업인 자동차 및 가전, 광산업 등에서 에너지 신산업과 융복합을 통해서 전장(전기 및 전자 장치)부품 및 소재 산업 등의 핵심 기술개발과 확보, 그리고 생산을 위한 산업혁신 성장전략을 실천할 시점이다. 주력 기업은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과감한 생산라인 확충을 결정하고 관련 협력업체도 조립공정을 탈피해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는 제품혁신 경쟁전략을 마련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