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최저임금 강용 학사농장 대표

2018년 02월 01일(목) 18:05

농촌에서 태어나 농사일을 했고 지금도 농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당시의 농업은 대부분 벼농사가 주가 되다보니 여름 방학만 되면 논에 가서 새를 쫓아야 했다. 멀리 논 끝에 앉은 참새 떼를 쫓기 위해 ‘훠이 훠이~’ 소리치며 논둑길을 뛰어가다가, 어쩌다 뱀이라도 밟을 때면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섭고 참새들이 원망스럽던지 우리나라 참새를 다 잡아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실제 역사적으로 1958년 중국에서 전국의 참새를 다 잡으려던 적이 있었다. 모택동이 농촌 순시를 가다 벼를 쪼아 먹는 참새 떼를 보고, 식량을 축내는 해로운 해충이라고 화를 내자 곧바로 ‘참새 섬멸 지휘부’가 만들어지고, 학자들은 참새 한 마리당 2.4kg을 먹어대니 참새를 없애면 70만명의 식량을 더 생산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누구도 반대를 하거나 참새를 다 잡으면 생태계와 농업환경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결과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다.

전국에서 10억의 인구가 새총으로 잡고 꽹가리 징을 쳐대며 섬멸 작전에 돌입했고 1958년 한 해에만 약 2억마리 이상의 참새를 잡아 들판에서는 참새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모두들 벼의 수확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풍년을 기대하던 그해 중국의 농촌은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참새가 없어지자 메뚜기와 해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농작물을 습격했으며, 결국 3년간 대흉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일을 겪어야만 했다.

물론 당시 지도부가 그런 결과를 예측하고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참새가 없어지면 나타날 실제적인 현상에 대한 예측과 생각이 충분하지 않았던 그 작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중국의 농촌과 농민들이었다.

요즘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농업 역시 논쟁이 뜨겁다.

이미 결정된 법과 제도이니 당연히 따라야겠지만, 2016년 기준 농가평균 소득 약 3700만원, 그 중 농업소득 1000만원이라는 초라한 통계를 보면,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고용한 2만7천명이라는 외국인 근로자를, 숙식까지 제공하며 채용하기에는, 힘겨워 하는 농가들이 너무 많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이 미래 우리 사회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 겨우 농부인 제 지식으로는 판단하기도 어렵고, 또 농업 분야만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산업이 분야별로 각각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겠지만, 농업은 특히, 기후와 자연의 영향으로 기계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워 고용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고, 수급불안으로 가격등락도 극심하고 또한 생물이라는 특성상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시간이라고 그대로 멈추고 무조건 끝낼 수도 없다.

농업인구 2백70만명,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4백-5백만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하거나 농업계의 특성과 현황을 파악하여 정책결정에 참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으며, 최저 임금 결정에 단 1명의 농업대표도 포함된 적도 없다.

그저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농업 농촌이 필요하다면, 부디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중심의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농업의 특수성과 농업현장을 잘 파악해서 사실 중심의 정책들이 잘 만들어져, 농부들에겐 너무나 버겁기만 한 이 상황이 슬기롭게 잘 해결되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정치 정책 언론 학자들 역시, 최저임금도 주기 어려운 소상공인들과 그 최저임금이라도 받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따지고 보면 비슷한 서민들의 대립과 분열을 부추기는 듯한 주장보다,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내일의 방안을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